38년간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오순택씨 계명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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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구를 연극의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미국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에서 38년간 활동한 한국배우 오순택(吳純澤·66)씨가 최근 계명대 연극영화과 교수(전임 대우)로 부임했다.

吳씨는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으로 떠날 때 '많이 배워 한국으로 다시 오겠다'는 40년 전 다짐을 지키기 위해 국내 강단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 더 유명한 배우다.

영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5년)에서 로저 무어와 짝을 이룬 홍콩 주재 영국 정보원 역을 맡았다. 74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1년간 공연된 뮤지컬 '태평양 서곡'에 주연으로 나왔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에덴의 동쪽''맥가이버''삼총사' 등 TV 시리즈에도 자주 출연했다. '미싱 인 액션2'(Missing In Action2)'파이널 카운트다운'(Final Countdown) 등도 그가 출연한 작품이다. 최근엔 월트디즈니 만화인 '뮬란'에서 뮬란 아버지의 목소리를 연기해 '아버지 목소리의 전형'이란 격찬을 들었다.

그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출연한 작품은 영화와 TV 드라마 1백20편, 연극 80여편이다.

그가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동양인이 배우로 활약하기란 매우 어렵고 힘든 것이었다.

그는 "우둔하게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5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교보다 서울 종로 3가에 있는 극장 단성사에 다녔다고 할 정도로 영화에 빠져 지냈다. 그는 2년 뒤 영화 공부를 위해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UCLA에서 영화를 공부하다가 교수 추천으로 뉴욕의 배우전문학교에 들어갔다. 吳씨는 그레고리 팩·폴 뉴먼·스티브 매퀸 등을 배출한 이 학교에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정식 오디션을 거쳐 입학했다. 79년 드라마 로지 비평가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고, 80년엔 에미상 최우수 조연상 후보로 선정됐다.

吳씨는 "사람 됨됨이와 예술인의 성품을 먼저 가르치고 마지막으로 기술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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