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외엔 모두 '無비자' 달러 통용… 한·중·영어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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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4일 북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은 임명되기 전날인 23일 "특구에 유럽식 입법·사법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초대 법무장관으로 유럽인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양빈 초대 행정장관이 이날 평양에서 한 CNN·AP통신과의 인터뷰 내용.

-신의주 특구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특구는 북한 주민들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노(No) 비자' 지역으로 운영된다. 관세가 없는 무관세 지역이 될 것이며, 대신 거주민에게 14%의 소득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외국에서 자본을 끌어들여 도로·교량 등 열악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제조업·가공업·금융업 등을 유치할 방침이다. 카지노 같은 도박업도 허용하겠지만, 그 세입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

특구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 달리 철저한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북한 원화가 아닌 미국 달러화가 통용될 것이며, 한국어·중국어·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될 것이다."

-북한 정부와 특구의 관계는.

"특구는 홍콩처럼 일국양제(一國兩制)로 운영된다. 북한 당국은 특구의 내정에 일절 간섭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평양과 독립된 입법·행정·사법 기관이 망라된 새로운 자치정부가 특구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은 특구 입법회의가 현 홍콩 입법원(立法院)의 절반 규모인 15명 정도로 구성되길 희망하고 있다. 입법위원의 반수(7∼8명)는 중국·홍콩·유럽인 등 외국인으로 구성될 것이다. 입법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도 실시된다. 미국인도 입법위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신의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되나.

"신의주 주민 20여만명은 향후 2년 내 외부로 이주해야 할 것이다. 그 대신 50만명에 달하는 북한 숙련공이나 중국인 사업가·기술자들이 특구로 이주해 올 것이다. 북한 당국은 신의주 특구 주위에 장벽을 설치, 여타 북한 지역과 격리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행정장관 임명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나.

"나는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은 이미 내가 (신의주 행정장관)역할을 맡는 것을 사전 승인했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이 왜 당신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새로운 경제특구를 이끌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 사정에 밝은 데다 유럽연합(EU) 시민권을 가졌고, 북한과 중국 간에는 밀접한 유대가 있다. 내가 그동안 북한의 농업분야를 지원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왜 신의주 특구를 추진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조치는 북한이 얼마나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는 농업분야에 밝은 경제인이지 정치인은 아니다. 내가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신의주 특구 계획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적 위기여서 더 이상 실패할 여지가 없다.

최원기 기자

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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