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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지지율 수직상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북·일 정상회담 이후 24%P 올라 67%

"납치문제 마무리 안되면 급락 가능성"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북·일 정상회담 이후 급상승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3일 전국 남녀 1천17명을 대상으로 북·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긴급 전화조사를 한 결과 고이즈미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43%)보다 24%포인트 많은 67%로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지난 18∼19일 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이 64.3%(지난달 45.7%), 아사히(朝日)신문의 지난 18일 여론 조사에서는 61%(지난달 51%)로 각각 뛰어올랐다.

일본 국민이 북한에 피랍된 일본인 8명이 사망한 데 대해 분노하면서도, 납치 사실과 공작선 파견을 확인하고 국교 정상화 회담 재개에 합의하는 등 북·일 정상회담의 성과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아사히 신문의 여론 조사에서는 81%가 '정상회담 결과는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마이니치 조사에서는 54%가 국교 정상화 재개 합의에 찬성했다.

총리 주변에서는 "지지율 하락은 이제 옛날 이야기"라며 고무된 모습이다. 조직·인맥이 약한 고이즈미 총리의 최대 무기는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지난해 4월 '성역 없는 구조 개혁'을 앞세워 집권한 후 70∼80%대의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지만 올 1월 국민적 인기가 높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전 외상을 전격 경질한 후 지지율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진한 구조 개혁·정치권 스캔들이 겹쳐 지난달엔 30∼40%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의 방북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도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고이즈미 자신도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박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올라 정권 기반이 튼튼해진 데다 해묵은 숙제이던 대북 문제의 실마리도 풀렸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고이즈미는 향후 국내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일본 정계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개각의 폭을 둘러싸고 고이즈미("소폭으로 정책 유지")와 자민당 내 반대 세력("대폭 물갈이한 후 정책 변경")이 맞서 있다. 관측통들은 고이즈미의 주장이 관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으로 국제사회에 외교 역량을 과시한 고이즈미 총리는 대외 활동의 반경도 더욱 넓혀가고 있다. 22일에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에게 "한반도 주변 6자 회담 신설에 협력해 달라"는 친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정부가 납치 문제에 잘못 대응하는 등 북·일 정상회담 결과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지지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day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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