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산업 클러스터'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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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클러스터(Cluster)란=비슷한 업종의 다른 기능을 하는 관련 기업·기관들이 한 지역에 모여 있는 것을 클러스터라고 한다. 즉 연구개발 기능을 담당하는 대학 및 연구소, 생산 기능을 담당하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각종 지원 기능을 담당하는 벤처캐피털과 컨설팅 등의 기관이 한 군데에 모여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지식의 공유를 통한 신지식의 창출 등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핀란드 북부 지역의 울루에는 울루테크노파크라는 우리 나라의 공단 비슷한 곳이 있다. 기업뿐 아니라 대학·연구소·벤처캐피털이 같이 입주해 있고, 이들은 자주 만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한다. 어느날 정보기술(IT)기업과 바이오기술(BT)기업들이 만나 얘기하다가 원격 진료서비스 시스템을 생각해냈다. 서로의 기술을 합치면 집에서 혈압 등을 측정해 인터넷으로 병원에 보내고, 병원이 진단·처방해 알려주는 사이버 병원이 가능하다는 데 착안해 1996년 프로웰니스란 회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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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얘기하다 보면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또 기술개발과 생산·판매도 보다 효율적이 된다. 필요한 인력·기술·소재·부품 등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미래 수종산업에 투자하는 위험과 자금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대학 및 연구소·벤처캐피털과 상사 등을 '한곳에 모으자(클러스터링)'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나 할리우드, 중국 베이징의 중관춘 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공 클러스터의 사례들이다.

<표 참조>

◇각국 클러스터 경쟁=일본 정부는 10년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들어 '클러스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6년부터 클러스터 포커스 그룹을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의 클러스터를 연구해 '혁신을 일으키려면:클러스터적 접근' 등의 보고서를 냈다. 미국 경쟁력위원회는 미 전역을 대상으로 어느 클러스터를 어느 지역에 만드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클러스터 지도'를 작성 중이다.

영국도 88년 경쟁력 백서를 발간해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지난해에는 영국 전 지역을 대상으로 1백54개의 클러스터를 연구한 '클러스터 지도'를 만들었다.

스웨덴은 투자청 보고서에 '경쟁력 있는 클러스터가 있다'며 외국 자본에 손짓하고 있다. 핀란드는 무선통신 클러스터 '울루 테크노파크'를 벤치마킹하겠다며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아예 돈을 받는 관광코스로 만들었다.

◇미래는 클러스터에=세계가 이처럼 클러스터 붐인 것은 경쟁력 강화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순봉 전무는 "미래 핵심산업을 육성하려면 클러스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10년 뒤에 우리를 먹여 살릴 수종산업 찾기에 클러스터는 필수적이다. 중국의 추격으로 밑에서 치받히고, 신산업 찾기와 고부가가치화는 제대로 안되는 우리 현실에서 클러스터는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지목받고 있다.

김영욱 전문기자

youn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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