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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잇단 개방 제스처에도 美 꿈쩍도 안해 DJ가 속이 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일 양국의 정상이 미국 측에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미국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이다. 이는 햇볕정책의 성패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한국 정부는 미국 설득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임성준(任晟準)외교안보수석은 "미국 측과 거의 매일 실무차원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任수석은 "오는 10월 말 金대통령이 멕시코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피크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런 변화의 기조를 살려나가 동북아 안정을 이루려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대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 우리 정부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북한의 변화의지에 담긴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변신을 국제사회의 의심을 희석시키려는 '개방 제스처'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불량국가로 낙인찍은 데서 후퇴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고이즈미의 적극적인 공동보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해 金대통령이 갖는 안타까움이 깊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金대통령의 '한·일 정부가 공동으로 대북(對北)대화를 촉구하면 미국으로서도 이를 외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희망사항으로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金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미, 북·일, 남북관계의 개선이 병행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미국이 전향적 자세로 전환해 줬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 金대통령 임기말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코펜하겐=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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