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6대총선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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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00년 4월 16대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시사하는 문건(사진)이 22일 한나라당에 의해 공개됐다. 한나라당 원희룡(元喜龍)의원이 입수한 '지역분석 작성시 참고사항'이라는 2쪽짜리 이 문건에는 "공동여당 인물 중 당선 가능자가 없을 경우 지역연고 등을 감안, 경쟁력 보유 제3의 인물 추천(하라)" 내용이 포함돼 있다. 元의원은 "'제3의 인물을 추천하라'는 것은 정치관여를 금지하는 국가정보원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당시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이 총선 등 정치활동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元의원은 "문건은 국정원 내부로부터 입수한 것"이라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추가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문건은 선거구별로 관계직원들에게 ▶해당 지역 특성▶출마 거론자 등을 기재해 9월 30일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문건엔 또 "과장과 기획관이 관련 자료를 직접 작성하고 필요한 사항은 수집관과의 개별면담을 통해 자료를 확인하라"는 내용등이 포함돼 있다.

元의원은 이 문건을 23일 서울지검 국정감사 때 공표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千의원은 "그것이 어떤 문건이든 간에 내가 국정원장 재임 중 정치적 목적을 갖고 지시를 하거나, 일한 적이 없다"고 선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남정호 기자

nam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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