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산업의 미래 韓·美 언론학자 좌담] 신문이 종합정보산업 핵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미디어 세계도 급변하고 있다. 이같은 기술은 신문산업에 위협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중앙일보 주최로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열렸던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에 참석한 미국신문연구원 윌리엄 윈터 원장과 한국언론학회 김학수(金學洙) 회장이 만나 신문 산업의 미래와 새로운 경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는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사회=인터넷과 영상 매체의 발전으로 신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진단하는 학자들이 많다. 미국의 신문 산업은 어떤가.

◇윌리엄 윈터=21세기는 정보화 사회다. 신문은 종합 정보산업의 핵심으로 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기업들이 정보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처럼 역량 있는 기자나 칼럼니스트 등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신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아직 약하다. 신문사들은 인터넷·잡지·방송·라디오·영상 등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김학수=최근 미국의 신문 산업을 보면 전체 신문 발행부수는 감소하나 매출액은 늘고 있는 추세다. 뉴욕타임스·USA 투데이 등 전국지들은 발행부수와 매출액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IMF 이후 일부 일간지들이 폐간 또는 휴간했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 1백10개사를 넘고 있다. 한국의 시장규모로 보아 너무 많다.

◇윈터=미국의 신문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신문 중 다수가 곧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부채 비율이 과도하게 높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사회=한국은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언론의 특정 후보 지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윈터=미국 신문들은 처음 탄생할 때부터 당파적이었다. 2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신문은 이런 전통을 지키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민주당을, 월 스트리트 저널이나 LA 타임스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설을 싣는다. 그러나 이들도 사실 관계를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에선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다. 민주당을 지지하건 공화당을 지지하건 모든 정당의 후보와 정책을 객관적으로 검증한다.

◇김=한국신문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이나 칼럼을 쓴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 아직 시기상조다. 보수적인 신문들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인 렌 다우니와 로버트 카이저는 공동 저술한 『뉴스에 대한 뉴스』라는 저서에서 최근 미국 언론 그룹의 경영 형태를 비판했는데.

◇윈터=미국에서 편집국 중심의 신문사 운영이 흔들리고 있다. 신문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사주와 발행인들은 주가에 너무나 민감해졌다. 편집국 기자들은 이같은 자본의 논리에 반대하고 있다. 기자들은 신문의 품질을 위해 편집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김=한국에서도 경영과 저널리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영자들이 있어 걱정스럽다.

◇윈터=기자나 경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독자들이 휠씬 더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국 독자는 신문의 질에 따라 신뢰를 보내고 구독을 결정한다.

◇김=한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품 보다는 신문의 품질로 구독을 결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회=많은 닷컴 기업들이 몰락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온라인 사업에 진출해 있는데 이들의 미래는.

◇윈터=미국 신문사의 뉴미디어 사업은 덩치를 줄이고 구조 조정을 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콘텐츠의 질적 차별화를 통해 5년 내에는 유료화로 갈 것으로 보인다. 올랜도의 템파 신문사는 신문·TV·라디오·잡지·인터넷 등을 편집국에서 통합·운영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한 조치다.

◇김=한국에서는 아직 신문과 지상파 방송을 동시에 경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밖에도 다각적인 경영에 법적 걸림돌이 많은 현실이다.

◇원터=미국은 탈규제와 민영화의 추세로 가고 있다. 미디어 소유자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김=한국의 경우엔 아직 미디어 기업이 거대화·상업화함에 따른 여론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원터=기술 발전에 따른 매체 융합이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오히려 신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쟁적으로 난립하는 것보다는 몇몇 기업에 의한 '적절한 경쟁'이 저널리즘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

◇사회=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향후 북-미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며 이와 관련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윈터=9·11 이후 미국은 세계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을 세계 무대로 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대화 채널도 항상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한국에서는 반미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클린턴 정부 때와는 대조적인 대북한 강경정책 때문이다.

◇원터=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인 남북한, 북-미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언론이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윌리엄 윈터(59)

▶켄터키 주립대 행정학 박사(고등교육 전공)▶파사데나 스타뉴스 신문사 편집국장▶현 미국신문연구원 원장

김학수(51)

▶미국 워싱턴 주립대 언론학 박사(정치커뮤니케이션 전공)▶현 서강대 신문방송학 교수·한국언론학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