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명박 서울시장 신년 인터뷰] "올해 복지·문화엔 아낌없는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 이명박 서울시장은 "임기 후반기 시정은 복지와 문화 분야에 집중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동연 기자

2004년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서울시내 대중교통 체계를 바꿨고, 행정수도 이전에 앞장서 반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빈곤층 어린이의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중앙일보 'We Start'운동 등 복지와 문화 분야가 올해 시정 주요 목표라는 이 시장에게서 9일 신년 계획을 들어봤다.

-새해에는 복지와 문화 분야에 주력한다고 했는데 We Start 운동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됩니까.

"올해 서울시 예산은 지난해보다 7% 줄었지만 복지 관련 예산은 1조6000억원으로 오히려 10%(1400억원) 가량을 늘렸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We Start 운동은 서울시의 주요 복지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서울형 We Start'운동을 해야 합니다."

-'서울형 We Start'라면.

"지방과 도시는 환경이 다릅니다. 서울은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많으므로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이 일대에 교육.문화.복지 인프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We Start 마을을 전남에 만드는 것도 검토했는데요.

"서울시와 전남도는 지난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우호교류협정을 맺었습니다. 따라서 상징적으로 전남의 낙후지역에 We Start 마을을 만들면 서울시가 교류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겠지요. 전남 어린이들이 서울 영어체험 마을로 오고 서울 어린이들이 농촌체험을 하러 가는 것은 올 봄부터 시행됩니다."

-상암동 아파트 분양 수익금으로 지난해 고교생 1만8000여명에게 장학금 72억원을 주었습니다.

"하이서울 장학금의 특징은 누가 받았는지 본인과 교장선생님만 안다는 겁니다. 남을 도우려는 사람은 받는 사람 입장이나 자존심을 생각해야 하므로 We Start 운동도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2년 넘게 시정을 맡아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민주주의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했습니다. 청계천 복원 공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22만명의 상인과 1500여명의 노점상 대책이었는데 방법은 설득밖에 없었지요. 상인과 노점상의 신뢰와 협조가 없었다면 청계천 복원 사업은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청계천은 지난해 큰 상(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대상)도 받았습니다.

"공사도 안 끝났는데 왜 대상을 주었는지 심사위원들에게 물어보니 사회 갈등을 무리 없이 해소했다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고 하더군요. 오는 10월 1일 열릴 예정인 청계천 복원 축제는 서울 시민뿐 아니라 외국 환경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겁니다."

-새해 첫 출근길에 지하철 방화 사건이 났습니다.

"아찔했지요.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였다고 한 것은 매번 장비나 예산 타령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전동차 내부를 연내에 모두 불연재로 교체하기 힘들겠지만 예산 문제로 늦어지는 문제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의 바뀐 대중교통 체계를 연구하기 위해 외국에서도 많이 온다는데요.

"시민들이 이제는 서로 중앙버스차로제를 시행해달라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 중 3곳에 도입하면 시내 주요 도로에 중앙차로가 갖춰집니다. 또 대중교통 이용객이 많이 늘면서 지난해 영국.중국.러시아 등에서 이를 보기 위한 시찰단이 다녀갔습니다."

-지난해 서울시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마련했는데 남북 교류를 위해 추진 중인 일은.

"올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서울과 평양 간 '경평 축구'경기를 부활할 예정입니다. 북한에서도 좋다고 했고요,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 교육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사인데 교육의 어떤 점을 바꾸고 싶습니까.

"풍납동 영어체험마을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외국에서 온 선생님들이 수업 중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와 너무 달랐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도 참관시켜 외국 선생님들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직접 보고 배우도록 할 생각입니다. 일주일만 봐도 많은 것을 느낄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문화 분야도 강조하고 있는데요.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을 활성화해 시민들이 항상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데 우리는 없어요. 중지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 하우스를 만들기 위해 검토 중인데 3월 중 확정할 겁니다."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자 대안을 찾고 있는데요.

"포항은 원래 인구가 3만명 정도인 어항(漁港)이었는데 포항제철이 생기면서 연관사업이 들어오고 포항공대는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이 됐습니다. 울산도 자동차회사.조선소.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서면서 서울보다 소득수준이 더 높아졌지요.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라는 공주.연기는 기껏 기업 하나 들어갈 규모인데 관청을 지어놓으면 (도시에 필요한) 나머지 기반 시설들은 어디 들어갑니까. 결국 대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투자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투자 기업에는 5~10년간 법인세 면제 같은 인센티브를 주어야겠지요."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지금까지는 민주투사, 반독재 투쟁 경력 같은 것이 요구됐지요. 하지만 2007년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 세계화 시대니까 국제적 감각이 있는 사람,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온갖 갈등을 치유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국민이 선택할 것으로 봅니다."

만난 사람 = 최천식 수도권부 부장
정리=김은하.이원진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