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戰雲 속 연말 돈장세 가능성… 호·악재 뒤엉켜 걱정半 기대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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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증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장세를 판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를 전후해 어떤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에 따라 춤추던 국내 증시에 최근엔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큰 변수로 등장했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 소식에 힘입어 22.42포인트(3.18%) 뛴 726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전쟁 가능성에 따른 유가불안·외국인 매도 등이 악재로 작용해 1.92% 하락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증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풀 꺾이고 있다. 종합지수가 750선 벽을 뚫지 못하고 연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올해 증시는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로부터 향후 장세와 바람직한 투자전략 등에 대해 들었다.

◇"전쟁 발발, 조기 종결이 바람직"=전문가들은 증시가 침체를 벗어나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선 전쟁 우려가 가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현실적으로 미국·이라크 전을 피할 수 없다면 가급적 빨리 일어나 조기 종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시 부진은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투증권 박주식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의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라며 "전쟁이 일어나면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겠지만 미국의 권력을 감안할 때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중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분석팀장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1월 5일 중간선거 전에 전쟁을 일으켜 선거의 호재로 활용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62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동원경제연구소 조홍래 이사는 "전쟁이 일어나도 하락 폭은 5%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전쟁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증시 전망=4분기로 가면 증시가 호전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상승 폭·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이달부터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고 경기지표들이 개선되는 데 힘입어 10월 말~11월 초에 종합지수가 900선을 돌파할 것"이라며 "연말에는 대통령선거·정권교체 등 정치적 요인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증시가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현투증권 朴센터장은 "연말께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자금이 증시로 옮겨오는 데 따른 유동성 장세로 인해 950선 돌파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 이종우 실장은 "연말까지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4분기에 800선을 간신히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석 연휴, 어떻게 맞을까=대부분의 전문가는 현재 국내 주가가 낮은 수준이므로 우량주는 보유한 채 추석을 맞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한화증권 조팀장은 "전쟁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지수 740선 돌파를 확인한 뒤 매매해도 늦지 않다"며 현금 비중 확대를 권했다. 미래에셋 李실장은 당분간 지수가 700~750선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박스권 밑부분에서 매수, 윗부분에서 매도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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