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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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유교 철학의 정수 『중용(中庸)』의 첫 구절이다.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이 곧 성(性)이요, 성에 따르는 것이 도(道)이며, 도를 수양하는 것이 교(敎)’라는 뜻이다. 삶의 철리(哲理)가 ‘성(性)’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글자 ‘性’은 마음(心)과 탄생(生)의 조합이다. 동한(東漢)시대 사상가인 왕충(王充·27~97)도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되어진 것’이라고 이를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본성은 선(善)한 것인가, 악(惡)한 것인가? 순자(荀子)가 성악(性惡)을 주장했다고 하나 하늘에서 받은 본성은 본디 착하다는 게 유학의 큰 흐름이다. 도(道)를 수양하고 가르침(敎)을 따른다면 모두 요(堯)·순(舜)과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맹자(孟子)는 동(同)시대 사상가인 고자(告子)와의 논쟁을 통해 인간 본성을 네 가지 근본(四端)으로 압축했으니, 『맹자』 ‘공손축상(公孫丑上)’편은 이렇게 설명한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측은해하는 마음(惻隱之心)으로 구해주는 게 곧 인(仁)이요, 자신의 불선(不善)을 부끄럽게 여기고 남의 불선을 미워할 줄 아는 마음(羞惡之心)이 의(義)이며,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辭讓之心)이 예(禮)이고, 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是非之心)이 지(智)이다.” 그 본성을 살려 현실 생활에 발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맹자의 가르침이다.

인간의 본성 중에 무시할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성욕(性慾)이다. 그렇기에 생식을 위한 활동(sex)에도 ‘性’이 쓰인다. 이 ‘性’ 역시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근원의 큰 뜻을 망각한 채 오로지 ‘sex’로만 ‘性’을 인식하고 있다. 맹자가 들으면 통탄할 일이다.

최근 성(性)희롱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계나 교육계 지도층 인사의 성(性)도덕 불감증이 문제다. 그들에게 『중용』의 다음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으며,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삼가는 것이다(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愼其獨也).”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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