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연회장 완비 "호텔 같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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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다음달 말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주거문화의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첨단시설을 자랑하는 타워팰리스와 트럼프월드가 3년여간의 공사를 마치고 집들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자형 아파트에 익숙한 수요자들이 초고층 주상복합이라는 색다른 주거형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워팰리스에 입주할 한정희(40)씨와 트럼프월드에 입주 예정인 채혜온(45)씨를 따라 미리 집구경을 해봤다.

<트럼프월드 37층에 살 채혜온 주부> 16일, 다음달 31일 입주하는 트럼프월드를 찾은 채혜온씨.

"2000년 여름 남편과 함께 미국 맨해튼으로 출장갔을 때 에이전트사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트럼프월드'에 입주하게 됐다는 말을 꺼내더군요. 그때 미국인들이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놀랐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계약했습니다. 트럼프월드라는 브랜드를 산 거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트럼프월드 1차 현장에서 만난 蔡씨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집을 보며 계약 당시 일을 회고했다. 일산 신도시 아파트에 살고 있는 蔡씨는 2000년 8월 트럼프월드 65평형(37층)을 매입했다.

현장 인부들 사이를 뚫고 37층 자신의 집에 올라온 蔡씨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얼마 전 구경했던 샘플하우스와 다른 점은 없는지, 하자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주상복합아파트인데도 거실과 방 크기가 적당하고 주방과 직선으로 마주보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다만 3년 전에 분양한 것이어서 마감재는 유행에 좀 뒤진다는 느낌입니다."

트럼프월드는 주상복합으로는 드물게 전용률이 83%여서 65평형의 실 사용면적이 53평을 넘는다.

거실에서는 한강과 여의도·마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만 통유리가 아니어서 시선이 차단되는 게 좀 아쉽다.

6층에서는 실내수영장·헬스장·골프연습장 등이 한창 공사 중인데 운동을 좋아하는 蔡씨 부부에게는 아파트 안에서 모두 해결되니 안성맞춤이다.

각종 커뮤니티 시설과 호텔식 서비스도 매력적이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우편물이나 세탁물 챙기는 일도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 1층 프런트에서 호텔처럼 심부름을 모두 해준다니 기대가 됩니다."

蔡씨는 넓은 주차장도 마음에 쏙 든다. 가구당 주차 대수가 2대지만 4대까지도 가능해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단지 규모가 작고 2개동 뿐이어서 아파트에 살 때처럼 정원을 거닐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대우건설 이창순 소장은 "미국 트럼프월드사의 관리기법을 넘겨받아 동우공영이 호텔식 관리를 맡는다"며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동선을 분리해 주거생활의 불편을 없앴다"고 말했다.

글=서미숙, 사진=김성룡 기자

<타워팰리스 28층에 살 한정희 주부>15일 한정희씨는 다음달 25일 입주가 시작되는 타워팰리스를 찾았다. 이날은 입주자들이 자신의 집을 사전 점검하는 '프리 오프닝데이(Pre-opening day)'여서 내부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韓씨는 2000년 9월 이 아파트 72평형(28층)을 샀다.

"지금 개포동에 사는데 강남을 떠나기는 싫고, 새 건물에 편리한 주거환경이 마음에 들어 샀죠. 남편은 처음엔 망설이더니 지금은 흡족해 합니다."

韓씨는 단지를 구경하면서 1,2층과 34층에 마련된 커뮤니티 시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호텔을 연상케 하는 34층 연회장에 들어서자 韓씨의 자랑이 늘어진다.

"집들이나 경조사를 치를 때 집에서 하면 좁고 번거롭잖아요. 그런데 싼 비용으로 장소를 빌리고 조리할 곳도 따로 마련돼 있으니 금상첨화네요."

동마다 양실·한실 두 개의 게스트 룸이 마련돼 있어 외부 손님을 재우기에 손색이 없고, 헬스장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비치돼 있어 바쁜 시간을 쪼개 운동할 수 있다. 2층에는 게임방·노래방·영화감상실 등이 자리해 아이들 돌보기도 좋을 것 같다. 특히 韓씨는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이가 안심하고 밤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게 독서실을 적극 이용할 계획이다.

타워팰리스는 트럼프월드와 달리 1~3차까지 총 2천5백여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구성돼 단지 내 조경시설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주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산책로가 따로 있어 일반아파트와 다름 없다.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첨단 보안시스템과 지문인식현관문·홈오토메이션 등도 도난 걱정 없이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韓씨는 내부 설계나 마감재만큼은 조금 불만이다. "72평형인데 전용률이 약 73%여서 실 사용면적은 52평밖에 안돼요. 또 방이 세 개 뿐이어서 가족실에 문을 달아 방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판상형과 달리 동선이 길고 데드스페이스(사용할 수 없는 공간)가 많은 것도 단점입니다."

안내를 해준 삼성물산 서현석 상무는 "타워팰리스는 보안·방재·환기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초고층 주상복합의 단점을 많이 해결했다"며 "당분간 회사가 직접 관리를 맡아 부대시설 이용료도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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