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겨라,로고 보일라 명품 브랜드, 가방·옷등서 상표 줄이기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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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요즘 미국 뉴욕의 메디슨가(街)에 위치한 샤넬 매장을 둘러보면 그동안 샤넬의 상징이 돼왔던 'CC'로고가 그려진 핸드백을 찾기가 힘들다. 만약 로고가 그려진 가방을 찾는 손님이 있다면 직원들은 창고 안에 넣어둔 가방을 꺼내준다.

이곳 직원들은 "올해는 로고를 찾아보기 어려운 제품이 많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16일 한때 브랜드 가치를 상징하던 이니셜 로고가 사라져 가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샤넬의 'CC'를 비롯, 구찌의 'G', 루이뷔통의 'LV', 펜디의 'F' 등 지금까지 명품족들의 자존심을 높여줬던 로고들이 아예 제품 안으로 숨어 버리거나 너무 작아 알아보기 힘들게 제작되는 것이 최근의 유행이라는 것. 마치 로고찾기 퍼즐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구찌의 경우 몇년 전만 해도 가죽제품의 35~40%에 로고를 집어 넣었으나 올 가을엔 10~15%의 제품에만 로고를 넣고 있으며 샤넬도 그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제품 디자이너,매장 지배인,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변화가 과소비 노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 심리가 커졌고 패션에서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은 특히 최근 10대들 사이에 불고 있는 빈티지(중고 명품)의류 유행이 잘 대변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빈티지를 선호하는 이들은 자신이 남들과 같아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니셜을 모방한 싸구려 복제품의 범람과 지난해 9·11테러도 이런 변화의 이유로 꼽힌다.

페라가모의 미국 지사장은 로고를 숨기는 현상이 '9·11 테러의 비극'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9·11 이후 세계는 성찰적 분위기로 변했으며 업체들도 저속한 상징에 의지하기 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근본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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