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制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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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동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실업대책 프로그램들이 기업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실업예산의 집행실적이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기업 현실이나 수혜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정책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부가 16일 국회 환경노동위 박인상(朴仁相)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안정사업 예산 9백71억여원 가운데 4백12억여원(42%)을 집행하지 못했으며, 올해는 예산 7백33억여원 가운데 8월 말까지 2백30억여원(31%)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안정사업은 해고를 줄이고 고용을 장려하려는 것으로 고용유지지원금·전직지원장려금·재고용장려금·장기실업자고용촉진장려금·고령자고용촉진장려금·여성고용촉진장려금·직장보육시설지원금 등 7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고용안정사업 가운데 핵심인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이 고용조정인원을 대상으로 근로시간단축·휴직·인력재배치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지급한 급여의 3분의2(대기업은 1/2)를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하는 것이다. 이 제도의 실효성을 살펴보기 위해 朴의원이 1998년 이후 노동부에 접수된 정리해고 계획 신고업체 중 1백인 이상 3백인 미만 57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단 3개 업체에서 1천6백만원을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朴의원은 "기업들이 고용안정제도를 활용하기보다는 곧바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며 "지급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운지, 지원금액이 너무 적은지 등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 전재희(全在姬)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직지원장려금은 지난해 배정된 예산 10억원 가운데 4천3백만원(4.3%)을 지출했으며, 올해는 예산 5백17억원 가운데 8월 말까지 겨우 1억8천9백만원(0.3%)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지원장려금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퇴직시킬 때 사업주가 퇴직자의 전직(轉職)을 지원할 경우 지급하는 지원금(1인당 75만~1백만원)이다.

全의원은 "고용조정의 필요성을 해명하는 경영자료까지 요구하는 등 신청서류가 지나치게 많고 근로자들이 사업주의 전직지원을 정리해고 명분으로 인식하고 있어 기업들이 전직지원장려금 제도의 이용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실업률이 크게 낮아졌고 경기도 좋아져 고용유지지원금·전직지원장려금 등의 이용실적이 저조했다"며 "개선책을 마련하고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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