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만기 전환사채 주가상승에 '큰 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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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에 투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CB를 많이 발행했는데 연말에 만기를 맞는 곳이 많다.

CB란 일정 기간 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로 일반 사채보다 금리가 싼 대신 소유자는 만기 때 주가가 전환 행사가격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환받을 수 있어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해 중 CB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은 상장사가 24개, 등록사가 10개로 CB 잔액은 상장사가 4천8백44억원, 등록사가 5백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13일 현재 주가가 전환 행사가격보다 높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상환할 수 있는 기업은 상장사에선 현대백화점·한섬·한국타이어·디아이 등 네곳, 등록사에선 미주제강 한곳뿐이다.

나머지는 연말까지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을 경우엔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문제는 CB 만기를 맞아 주식으로 전환하든지, 현금으로 상환하든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부채가 자본금으로 바뀌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는 있지만 발행주식수 증가로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예로 미주제강의 경우는 전환사채 물량 전부를 주식으로 상환할 경우 현재 유통되는 주식 물량(2백41만주)보다 많은 2백80만주가 신규 상장된다.

또 주가가 전환 행사가격보다 낮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기업은 기업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유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또 다른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특히 등록사 중 일부는 신인도가 낮아 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금난을 겪는 곳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의 홍성국 투자분석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유상증자가 어려울 때 CB를 많이 발행했기 때문에 내년까지 CB 만기를 맞는 기업이 많다"며 "재무구조와 내재가치가 좋은 기업은 만기를 맞아도 크게 문제될 게 없으나 그렇지 않은 기업은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증권 유용석 수석연구원은 "CB 만기를 맞는 기업은 이같은 영향이 주가에 미리 반영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주가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리스크가 있는 만큼 가급적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주식시장 부진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가격을 낮추는 기업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이달 들어 거래소에선 종근당바이오가 행사가격을 69% 낮춘 것을 비롯해 큐엔텍코리아(-32%)·지누스(-26%) 등 7곳이, 코스닥에선 모디아(-81%)·환경비전이십일(-76%)·세원텔레콤(-71%)·아이티(-66%)·일간스포츠(-62%)·소너스테크(-59%) 등 33곳이 하향 조정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BW는 없지만 행사가격을 낮추면 그만큼 전환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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