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강금실 법무법인 지평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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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꿈꾸는 로펌'-.

법무법인 지평(地平)의 강금실(康錦實·45·사진)대표변호사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의외였다.냉정하고 계산을 앞세운다는 일반적인 변호사 이미지와 다르다.

"꿈?" 다시 확인해도 康대표의 말은 같다.

"철없는 얘기 같지요? 하지만 변호사들도 사법고시에 도전하던 젊은 시절의 꿈이 있지 않겠어요. 사회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꿈이지요."

지평은 일반 로펌과 달리 변호사들의 꿈을 인정한다. 그래서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꿈을 갖고 있으니 인재가 모이고, 인재가 많으니 일이 쉽게 풀렸다는 것이다.

지평의 변호사들은 일정 시간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의무다. 한해에 적어도 50시간은 외국인 노동자나 탈북자·에이즈 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자유로운 공익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소극적인 방법입니다.적극적인 실천을 이끈다는 취지에서 아예 의무로 규정했지요. 변호사들도 원했습니다."

지평은 2000년 4월 출범했다. 10여명의 젊은 변호사가 국내 로펌의 현실에 반기를 들었고 '일과 공익을 겸비한 로펌'을 만들자며 康변호사를 찾았다.

康변호사는 국내 로펌 대표 중 처음이자 유일한 여성이다. 사시 23회에 합격해 여성 최초로 형사단독 판사를 지냈으며, 서울고등법원 행정조세전담부 판사를 끝으로 13년 법관생활을 끝냈다.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언론중재위원·한국인권재단 이사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지평은 출발부터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평균 연령 30대 중반으로 업계에서 가장 젊은 변호사군을 여성 대표가 이끄는 데다 공익활동을 의무화하고 '벤처 전문'이라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등 실험적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지평의 실험은 성공적이다. 변호사·변리사가 13명에서 29명으로 늘었다. 굵직한 사건도 많이 맡았다. 출범 두달여 만에 윌로-삼손의 LG전선 펌프사업 부문의 분리인수 건을 따낸 것을 비롯해 'Korea First Bank'라는 광고 문구를 둘러싼 제일은행·국민신용카드 간 분쟁과 방송작가 김수현씨의 저작권 침해 소송도 지평이 맡았다.

康변호사는 "기존의 벤처 인수·합병(M&A)에 중국·북한 관련 업무 등 전문성을 하나하나 더해 '전문화된 종합 로펌'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광 경제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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