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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이상 은행계좌 7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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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은행에 5억원 이상 뭉칫돈을 맡긴 '큰 손' 계좌가 7만개, 금액으로는 2백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백70조원은 법인들의 돈이지만 개인들이 맡긴 돈도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금전신탁·양도성 예금증서(CD) 등 은행 상품의 잔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총 6백8조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0조원 늘어났다. 은행들이 발행해 아직 갚지 않은 채권의 잔액(38조원)을 포함하면 은행 수신 총액은 6백46조원에 달했다.

이 중 5억원 이상 거액 계좌의 잔액은 2백조원으로 6개월 전보다 23조원(13%) 증가했다.

거액예금의 계좌수는 ▶저축성예금이 5만7천6백개▶금전신탁 9천2백개▶CD 2천6백개▶ 표지어음 6백개 등 7만개로 지난해 말(6만6천개)보다 5.6%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려 현금을 쌓아두고 개인들도 부동산투자 등으로 한몫 잡은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은행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거액 자산가와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영업을 강화하면서 거액 여유자금이 은행 상품으로 이동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50억원 이상 계좌의 잔액은 1백12조원이었으며 이 중 10% 정도는 개인들의 돈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은행의 계좌수는 총 1억6천만개였는데 잔액이 1만원 이하여서 은행 입장에선 관리 비용만 들고 수익에 보탬이 안되는 것이 절반에 가까운 7천6백만개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품별로는 정기예금의 잔액이 올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22조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중도에 돈을 찾아도 이자 손해가 적은 회전식 정기예금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4월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이 회전식 정기예금으로 많이 몰려들었다"고 지적했다.

CD·환매조건부채권(RP) 등 만기가 짧고 금리가 시장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시장형 상품에도 15조원이 흘러들어왔다.

반면 금전신탁에서는 수익률 부진 등의 이유로 5조원이 빠져나갔으며 특히 노후생활연금신탁 등 적립식 상품의 감소폭이 컸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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