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족 해외 보내고 나홀로 생활 '기러기 아빠'크게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가족을 해외로 보내고 혼자 살아가는 '기러기' 직장인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관계기사 e16,e17면>

2~3년 전만 해도 대기업체 임원이나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이 많았으나 이제는 기업체 부장·과장급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K사의 경우 직원 1백30명 중 12명이, 중견 제조업체인 D사도 본사 직원 2백20명 중 20명이 가족을 해외로 보냈다.

'기러기' 직장인이 늘자 일부 기업은 야간근무·해외출장·해외근무 등에 이들을 활용하는 등 인사관리 대책을 마련 중이다.

자동차부품업체 사장인 尹모(52)씨는 "혼자 사는 직원들을 모아 한달에 한번씩 회식을 하며 애로를 듣는 등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이들만 보낸 뒤 부인이 몇 달에 한번씩 왔다갔다 하는 '반(半)기러기'까지 합치면 혼자 사는 본사 직원이 10%를 넘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가족을 뉴질랜드로 보낸 중앙부처 공무원 K씨(46)는 "남의 일로만 여겼던 이같은 생활이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로펌 변호사인 S씨(43)는 '재(再)기러기'가 됐다. 지난 2년간 영국에 있던 가족이 지난 7월 말 귀국했으나 두 아들이 "서울 생활이 힘들다"며 졸라 이달 중순 다시 보냈다.오피스텔이 몰려 있는 서울 역삼동·서초동·공덕동 주변에는 '기러기 산업'이라고 말할 정도로 식당·세탁·파출부 사업 등이 성황이다.

분양 대행업체인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많아 10~20평 규모의 오피스텔 시장은 앞으로도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영동세탁소 심혜순(48·여)씨는 "주말에 양복과 와이셔츠를 들고 오는 40~50대 아저씨들이 수십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동섭·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