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5연승 1,200 탈삼진 V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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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찬 ! 찬 ! 찬 !

홍콩의 액션배우 '재키 찬'(성룡)과 '찬호 팍'. 1999년 '발차기 사건' 이후 당시 LA 다저스 동료들은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를 '재키'라고 놀린 적이 있다. '찬'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발차기를 잘하는 동양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둘이 함께 한 '13일의 금요일'(한국시간)은 음울하기는커녕 오히려 찬란했다. 박찬호의 상승세는 시애틀 매리너스라는 거함을 격침시키고 시즌 9승, 5연승으로 이어졌다.

영화 홍보차 레인저스의 알링턴볼파크에 들른 재키 찬의 시구로 시작한 이날 경기에서 박찬호는 5와3분의1이닝 동안 8안타를 내주며 3실점했으나 고비 때마다 삼진(7개)으로 위기를 돌파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관심을 모았던 이치로와의 대결에서는 1회초 안타를 내줬으나 이후 2회초 1사 2,3루와 4회초 2사 1,2루의 실점 위기에서 각각 1루땅볼과 삼진으로 이치로를 잡아냈다.

박찬호는 1회초 이치로와 데시 렐라퍼드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1사 후 존 올러루드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 먼저 2실점했다. 그러나 레인저스 타선은 1회말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박찬호는 2회에도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이치로를 1루땅볼, 렐라퍼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고, 3회부터는 안정을 찾았다.

레인저스 타선은 2-2로 맞선 4회말 3안타와 사사구 2개로 3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고 5-2로 앞선 5회말에 2점을 보태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찬호는 7-2로 크게 앞선 6회초 1점을 더 내준 뒤 1사 후 마운드를 CJ 니코스키에게 넘겼다. 레인저스는 7-3으로 승리했다.

박찬호는 1회초 에드가 마르티네스를 삼진으로 잡아내 통산 1천2백 탈삼진을 기록했고 올시즌 처음으로 방어율을 5점대(5.96)로 낮췄다.

박찬호는 오는 18일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남은 세 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6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올리게 된다.

박찬호는 "제구력이 안좋아 고전했다(1백2개 투구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59개로 적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체력이 일찍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직구를 던져도 힘이 실리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치로는 주자가 있을 때 아주 강한 타자여서 일단 맞혀 잡을 생각을 했다. 4연전의 마지막 경기여서 상대 타자들을 분석할 기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레인저스의 제리 내런 감독은 "박찬호가 최근 허샤이저 투수코치와 함께 빠른 공의 제구력을 잡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노력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은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서 12-11로 앞선 8회초 2사 1,3루에서 대타로 출장했으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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