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헌법소원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언론관계법이 통과되기까지 법적 논란이 거셌다. 많은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열린우리당은 조율 과정에서 상당수 내용을 포기했다.

이제 관심은 통과된 신문법.언론중재법을 놓고 최후의 법적 다툼이 빚어질까 하는 점이다. 벌써 일부 시민단체는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헌법소원은 청구인 적격을 갖춘 언론사만 낼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 법이 통과됐다고 바로 제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부의 과태료 부과 등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헌법소원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위헌적 요소가 많아 충분히 다툴 만하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일부 문제는 있지만 위헌 판단까지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여당이 시민단체의 끈질긴 요구에도 불구하고 소유지분 제한, 편집규약 강제 등을 제외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호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하고 보호 필요성이 존재할 때 정당성을 갖는다"며 "신문법은 누구를 왜 보호하려는지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처벌하는 것, 언론기본법을 연상시키는 사회책임 조항을 부활한 것 등은 모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신문발전위원회를 통해 특정 신문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건 관치경제를 신문시장에도 도입한 시장질서 왜곡행위라고 지적한다.

반면 그간 신문법에 강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문재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바람직하지 못한 법임은 분명하지만 헌법소원 결과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곳곳에 문제 조항이 있지만 구체적인 권리침해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의 경우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갈 경우 우리도 신문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결정을 얻게 된다. 이미 선진국들은 신문법에 대한 법적 논쟁 과정을 통과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와 독일이다. 프랑스의 경우 신문관련법이 '헌법위원회' 에 송부돼 두 차례 위헌 결정을 받았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 때문이었다. 독일 역시 1979년 편집국 독립과 관련한 판례가 나왔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편집권은 발행인의 권리"라며 논란을 잠재웠다.

이상복 기자, 강종호 사내 변호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