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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대부분은 인체 큰 해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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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4면

"알고 보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들도 많다"며 기생충을 변호하는 과학자가 있다.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서민(36)교수다.

그는 최근 『기생충의 변명』이라는 책을 냈다.

"회충처럼 일부 해를 주는 기생충은 거의 박멸됐습니다. 남은 것들은 대장균처럼 사람과 공존하려는 평화주의자라고 할까요. 아무리 큰 놈이라도 사람 몸속에서 하루에 밥 한 숟가락 정도의 양분 밖에 축내지 않지요."

처음에는 기생충학자가 대변검사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기생충학자의 삶 뿐 아니라 기생충의 삶까지 다루게 됐다.

책을 통해 연구 에피소드도 전했다. 기생충 전염 조사를 나가서는 집집이 돌아다니며 "똥 좀 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 안 주려는 집이 많아 그렇게 야속할 수 없었단다.

개의 눈에 사는 작은 '동양안충'을 연구하다 개가 괴로워하기에 불쌍해서 자기 눈에도 넣어봤다. 스스로 마루타가 되기까지 한 연구 끝에 동양안충이 어떻게 퍼지는지를 밝혀냈다.

서교수는 "뱀이나 동물의 내장 등 이상한 음식을 날 것으로 먹지 않으면, 해로운 기생충은 옮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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