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한국 119구조대 넘버 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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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7일 귀국한 119 국제구조대원 전기백씨가 공항에 마중나온 딸과 반갑게 재회하고 있다.[연합]

119구조대가 심각한 해일 피해를 본 태국 카오락에 도착한 것은 지난해 12월 29일. 119구조대는 곧장 폐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은 이미 싱가포르 등 3~4개국의 구조대원들이 시신 수습작업 등을 거의 끝낸 상태였다.

정진복 소방경은 "도착하니 다른 국가 구조대원들은 철수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소방경은 "구조작업을 해본 경험상 뭔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잔해가 거의 치워지지 않았고, 파도의 물길을 봤을 때 시신이 밀려온 지역이 다른 지역일 가능성이 크다는 직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레이저 탐사기 등 각종 장비를 꺼내들었다. 잔해 속을 샅샅이 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 한 구를 수습할 수 있었다. 짐을 싸던 다른 나라 구조대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고도 11구의 시신을 더 찾아냈다. 수많은 유류품도 함께 건졌다.

태국 관리는 이 사실을 즉각 대책본부와 현지 언론에 알렸다. 태국 전역에 119구조대의 활동상황이 방영된 것은 물론이다. 태국 정부는 이때부터 119구조대에 구체적인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수색이 끝난 피피섬을 다시 한 번 훑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전용 헬기까지 내주었다.

119구조대는 그 길로 피피섬으로 향했다. 그곳엔 실종자 가족과 겨우 살아남은 주민 이외에 다른 구조대원은 없었다.

그들은 먼저 바다에 보트를 띄웠다. 물길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바다에서 보니 해일이 휩쓸고 갔을 경우 사람이 물살에 휩쓸려가도 눈에 띄지 않는 곳이 보였다."(정상권 소방경) 하지만 그곳은 건물과 토사 등에 덮여 한국에서 가져간 장비로는 도저히 수색작업을 할 수 없었다.

119구조대는 뭍으로 나가 굴착기 3대를 자비로 빌렸다. 탐지하고, 파헤치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시신 한 구를 찾아냈다.

그 시신은 유해라도 찾으려 돌아다니던 가족에게 인계됐다. 119구조대는 그곳에서 한 구의 시신을 더 찾고 외국인의 신용카드.신분증.여권 등 60여점의 유류품을 수거했다. 유류품 등은 모두 가족에게 전달됐다.

이들이 귀국하기 위해 방콕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구조대의 주황색 옷을 보고 앞다퉈 손뼉을 치고 악수를 청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류해운(소방정)대장은 "구조대원의 역할은 끝난 것 같다. 처참한 그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게 이젠 구호활동에 전력할 때"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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