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권 軍檢이 독점 유족들,민간인 참여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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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방부 한 관계자는 10일 의문사진상규명위가 허원근 일병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타살로 발표하자 "한해 1백건 가까이 발생하는 자살사고에 대한 이의가 폭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군도 억울하다"며 "징병제란 특수성을 감안해 나름대로 성의있게 수사하는데 유가족들이 도무지 믿어주질 않는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군내 사망사고 조사 규정을 조속히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군 법무관 출신 임종인 변호사는 "현행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 검찰은 사단장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며, 기소 여부 결정도 사단장 결재를 맡게 돼 있다"며 "이로 인해 군 검찰권의 독립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대 법학과 이계수 교수는 "독일·일본·프랑스 등에선 군 내 사고라도 일반 검찰·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야 군 의문사 처리절차의 비공정성과 졸속성에 대한 논란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李교수는 "군 검찰이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경우는 우리나라와 미군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군 의문사 수사에 민간인 대표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이은경 사무처장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군 의문사 상설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유가족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재조사를 실시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지난달 군사법원법 등을 검토한 뒤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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