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경기호전 당분간 힘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 경제 시사 주간지 포브스의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포브스 회장은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주요 재계·금융계 인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미국의 이라크 공격 가능성, 노사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격의 없는 의견을 교환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단상에 오른 포브스 회장은 세계 정치·경제 정세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피력했다.

포브스 회장은 1999년 미국 공화당 소속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만큼 미국 집권당에서 영향력이 큰 인사다.

그는 "미국이 전쟁을 개시할 경우 공습과 미사일이 주된 공격 수단이 될 것"이라며 "병력은 91년 걸프전 때의 절반 수준인 5만명을 동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쟁 발발로 인한 세계 경제 불안에 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고 전제한 뒤 "무엇보다 세계 금융시장이 급격히 동요하고 석유 등 1차 원자재의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포브스 회장은 "이번 전쟁은 속전속결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후유증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초면 세계 경제가 중동이라는 지정학적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세계 경제에 관해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는 1년 뒤의 경기를 가장 정확하게 맞추는 경제 저널리스트에게 주는 '크리스털 아울 어워드(Crystal Owl Award)'를 네번이나 수상했다.

포브스 회장은 "한국·중국·러시아 등 일부를 빼놓곤 미국·일본·서유럽 등 주요 경제 강국들의 경기 호전을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속적인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이 제대로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한 데다 지난해 여름 단행된 감세 조치가 기대에 못미쳐 미국 경기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브스 회장은 질의·응답 시간에서 "노조의 경영 간섭이 늘고 집단소송제나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되는 등 경영진을 견제하는 장치들이 남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조남홍 경총 부회장 등)는 질문에 대해 기업 옹호론을 폈다.

"경영진을 견제하는 장치가 기업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일지는 미지수다. 집단소송제의 경우 법을 남용할 가능성이 크고 기업·소비자·주주보다 변호사의 이익만을 채워주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제단체에서 박용성 회장·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조남홍 부회장·장흥순 벤처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에선 최태원 SK 회장·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조석래 효성 회장·박삼구 금호 회장·현재현 동양 회장·심이택 대한항공 사장·이용경 KT 사장·김동진 현대차 사장·배동만 제일기획 사장·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안철수 안철수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김일섭 이대 부총장, 양승우 안진회계법인 대표, 김승유 하나은행장, 홍석주 조흥은행장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표재용 기자

스티브 포브스 회장은

1947년 7월 18일생

70년 프린스턴대 졸업

70년 포브스 입사

90년 포브스 발행인 겸 CEO

99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