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日 추월한 D램 세계시장 40% 장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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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우리나라의 수출 주역으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칩 제조 산업으로 출범한 지 9일로 20주년(82년 9월 9일 반도체산업 육성법 제정)을 맞는다.

반도체는 지난해 극심한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등 1990년대 중반 이래 줄곧 수출 상품 중 1등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한 축이었던 하이닉스반도체가 계속 표류하고 있고, 반도체 경기가 아직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등으로 해서 기념일을 맞는 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세계 3대 반도체 강국=한국 반도체 산업은 82년 반도체산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양산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85년 10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2000년 2백60억달러, 지난해 1백43억달러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5년 1.1%에서 2000년 5.7%로 높아졌다.20년 동안 미국·일본에 이어 3대 반도체 국가가 됐다.

특히 메모리 시장에서는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41.5%를 차지하는 등 명실공히 메모리 강국으로 성장했다. 메모리 기술은 89년 일본을 따라잡기 시작해 92년 64메가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현재 4기가 메모리까지 줄곧 기술 우위를 달리고 있다.

◇불투명한 시장전망=한국반도체산업협회 이윤우 회장(삼성전자 사장)은 8일 "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는 3분기보다 일반 소비자들의 PC수요가 다소 호전되겠지만 PC경기를 견인하려면 기업수요가 살아야 하는데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99년 이후 PC를 교체하려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李사장의 설명이다.

◇포스트 D램 기술개발이 과제=세계 반도체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장의 진입이 관건이다. 비메모리부문 경쟁력의 취약성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는 반도체 수출액(1백43억달러)보다 비메모리 수입(1백55억달러)이 더 많아 반도체 부문이 무역역조였다.

그나마 최근 업계의 다각화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현재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등록된 반도체 관련업체는 모두 60여개사. 올해 동부전자가 비메모리 제조전문(파운드리)사업에 뛰어들었고, 주문제작형 비메모리 반도체(ASIC) 설계업체들도 80여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반도체 협회 황인록 이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포스트 D램을 대비한 새로운 메모리 기술 확보와 비메모리 설계 기술 확보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한 나노공정기술·장비·재료 개발체제 구축과 12인치 웨이퍼에 대한 적기 투자 ▶12%에 불과한 장비산업 국산화율 제고 등을 지적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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