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기 금융상품에 돈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돈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쪽을 기웃거리던 돈이 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으로 일단 주춤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이나 장기 예금 쪽으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저금리가 지속되고, 증시도 지지부진한 탓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객들이 금융기관에 맡긴 돈 가운데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달 말 현재 전달보다 9조5천억원 늘어난 3백6조7천억원에 달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표지어음 등 은행의 단기 상품 수신고는 지난달 1조6천억원 증가했으며 투자신탁회사의 머니마켓펀드(2조4천억원)·단기 채권형 수익증권(1조7천억원)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7월 4조2천억원이 줄었던 은행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지난달 3조9천억원 늘어났다. 반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1천억원 이상 줄었다. 부동자금은 올들어 지난 3월까지 크게 늘어난 뒤 4월 이후에는 주춤했다가 지난달 다시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진 것도 눈에 띈다. 일단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돈을 맡겨뒀다가 금리가 오른 뒤 만기가 긴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크게 늘고 만기 1년 이상인 정기예금의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이런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삼성투자신탁운용의 박성진 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시장 불안 등을 감안할 때 떠도는 돈이 증시로 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시중자금이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러 있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계대출은 신학기 이사수요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달 5조4천억원 늘어났다. 그러나 은행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한도가 낮아짐에 따라 가계대출이 앞으로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자금수요를 가리키는 지표인 회사채는 지난달 1백50억원이 순발행됐다. 다만 기업의 현금흐름이 좋아지고 있고 설비투자 수요가 부진해 앞으로도 회사채 순발행이 계속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