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과천은 투기미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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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화성·남양주까지 넣으면서 분당·과천은 왜 뺐나요?" 정부가 최근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각종 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과 관련, 시민들의 항의·질의가 잇따르고 있다. "분당·과천에는 공무원이 많이 살아 제외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투기과열지구=건설교통부는 지난 3일 서울시 전역과 경기도 남양주·화성·고양시 일부, 인천시 부평구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선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우선 집을 담보로 은행 돈을 빌리기가 까다로워진다. 담보대출 비율이 아파트 감정가의 60%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재산세도 오른다. 아파트 청약 제한도 여러가지 생긴다.

◇문제는 지역=정부가 이처럼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한 것은 아파트값 상승이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도권 일부 지역의 문제인 만큼 해당 지역의 부동산 투기를 집중적으로 잡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역 선정이 급하게 이뤄지면서 형평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의하면 분당·평촌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경우 올 상반기 집값이 13.5%나 올랐다. 서울(15.7%)에 버금가는 상승률이다. 그런데 분당 등 5개 신도시 지역은 대부분 제외됐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유두석 주택관리과장은 "분당·과천 등지에서는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분양이 없으니 청약 과열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바람에 분당·과천 등지에선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 대출 제한 등까지 덩달아 면제됐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에 집중적인 투기 억제책이 시행되면서 수도권 신도시 지역으로 투기꾼들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도시만이 아니다=경기도 용인·구리·하남시, 인천시 검안지구 일대에는 요즘 투자자들의 문의가 몰리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값도 덩달아 강세다. 모두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된 곳들이다.

용인시 구성읍 단대부동산중개사무소 윤행만 사장은 "10월 분양할 용인 동백택지개발지구의 투자 가치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4~5통씩 걸려온다"며 "분양권 전매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단기 전매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수도권 최대 인기지역 중 하나인 죽전지구는 아직 분양할 아파트가 남아 있는데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용인의 한 부동산업자는 "이 곳 분양권 값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화성·남양주 지역보다 훨씬 높은 데도 제외됐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 국제공항철도 경서역(예정)에서 가까운 검안지구의 경우 정부대책 발표 후 분양권 값이 평형에 따라 5백만~7백만원 오히려 올랐다. 인근의 부평구 삼산 택지개발지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투자자들이 이 쪽으로 몰린 탓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고, 최근 분양 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한 지역 등 나름대로 기준을 갖고 지정한 것"이라며 "향후 추이를 보아가면서 지정 지역을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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