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獨월드컵 축구 사령탑 히딩크 사실상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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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축구대표팀 감독도 히딩크?

대한축구협회는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거스 히딩크(56·네덜란드 아인트호벤·사진)감독과 기술고문(technical advisor)직 계약을 체결하면서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 구단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04년 5월 또는 이전에 히딩크 감독을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할 수 있는 우선 협상권을 가진다"고 발표했다. 협상 기간은 1개월이다.

이는 2년 뒤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혹은 다른 팀으로 스카우트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에 앞서 대한축구협회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히딩크 감독은 2004년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조건부로 수락한 것이며 축구협회로선 차기 대표팀 감독을 히딩크로 내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히딩크 감독은 "2년 후 감독 복귀 문제는 이견과 마찰이 전혀 없는 상황이 돼야만 가능하다"고 말했으나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는 든든한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그가 아인트호벤에서 중도하차하더라도 한국이라는 보호막이 생겼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과의 우선협상권에 대해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전혀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인 박항서 감독은 물론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도 2004년에 돌아올 가능성이 큰 '히딩크 그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히딩크 감독은 기술고문으로서 ▶한국 대표팀 감독과 자주 접촉, 대표팀 운영에 관한 조언을 하며▶1년에 3~4회 대표팀 경기를 참관하되 벤치에는 앉지 않고▶아인트호벤 구단의 협조로 한국의 유망주를 네덜란드에 파견, 실력 향상을 꾀하며▶계약기간 2회 정도의 코치 강습회를 주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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