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배우들 "+α를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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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년에 서너편의 영화를 만드는 한 중견 제작사는 최근 톱클라스급 남자 배우 C씨와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불발에 그쳤다. C씨가 기본 출연료 3억5천만원에다 개봉 후 남는 이익금에 대해 8%의 지분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제작사 대표는 "지분 8%는 제작사가 손에 쥐는 이익의 4분의 1에 해당한다"며 "기본 출연료도 높은데 추가 지분까지 주게 되면 제작사로는 도저히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요즘 제작자들을 만나면 "배우들 때문에 한국영화가 망할 지 모른다"며 한숨 짓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가뜩이나 금융자본 등이 빠져나가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는 판인데 주연 배우급들의 개런티는 현실과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명 배우들을 관리하고 있는 몇몇 매니저들이 '지분 요구'라는 새로운 조건을 들고 나오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유오성은 기본 출연료 5억원에다 지분 10%를 받는 조건이고, 한석규도 '이중 간첩'에서 4억5천만원에 8%의 지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 배우를 잡지 못해 고심중인 한 제작자는 "매니지먼트 사업을 겸하는 몇몇 대형 영화사가 아니면 영화를 만들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며 "이런 식이 계속되면 중소 규모의 제작사들이 고사(枯死)하는 상황이 오고 이는 한국영화가 안정적인 산업으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제작가협회 등이 주도해 공동대처하지 않으면 조만간 위기가 현실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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