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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이종환 퇴장'을 보는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방송사 마이크를 쥔 DJ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정치 편향적 발언, 이를 문제삼은 청취자에 대한 욕설, 급기야 프로그램 진행을 중도 하차한 이종환(65)씨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이씨와 최유라가 공동 진행하는 MBC FM '지금은 라디오 시대'는 지난 수년간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외에도 이씨의 '속시원한' 비판은 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줬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3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어도 이를 관대하게 받아들인 청취자들이다.

그런데 어느새 도가 지나쳤던가 보다. 이씨는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이회창씨 아들의 병역 비리를 밝힐)테이프가 있으면 내놔봐라"라고 했다가 한나라당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청취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의 발언 하나를 크게 부풀려 비난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씨의 그 다음 행동에 있었다.

이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인터넷에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청취자 임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욕과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무단 사용이다. 청취자의 전화번호와 주소는 선물을 보낼 때 등 특별한 경우에만 제작진에 한해 열람하도록 돼있다. 이씨는 개인적 용도로 이를 사용하는 우를 범했다. 더구나 프로그램의 잘잘못을 지적한 청취자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은 방송 진행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씨는 최근 제작진에게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 사실상 프로그램을 그만뒀다. 이번 일이 단 한사람의 사퇴로 처리돼선 안된다. 라디오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 잡담과 수다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현 시점에서 진행자들부터 이 문제를 먼저 생각해볼 때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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