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백용호 ‘2기 친서민’ 투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원 불변한 정책은 없다.”

지난 19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최근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푸느냐, 마느냐를 놓고서다. 즉 DTI 규제가 완화된다는 뉘앙스를 담았다. 시장에선 건설주가 즉각 반응했다. 한라건설 주가는 5% 이상 뛰었고, 중소형 건설주들도 1~3%대의 강세를 보였다.

이게 며칠 새 바뀌었다. 반대 방향으로다. “DTI는 외국에서도 주목하는 좋은 제도다. (완화) 날짜를 재촉하면 사래가 걸린다.”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빌려 한 말이다. 뉘앙스가 확실히 다르다. ‘DTI 완화는 당분간 없다’로 읽힌다. 4일 사이 말이 바뀐 셈이다.

분기점은 20, 21일이다. 윤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청와대 백용호 정책실장과 최중경 경제수석 등 5명이 청와대에 모였다. 이른바 서별관회의다. 여기에서 DTI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1일 윤 장관과 정 장관, 진 위원장이 다시 모였다. 결과는 “당분간 더 지켜보기로 했다”였다. 보통 장관들이 모이면 실무선에서 만진 방안을 결정하기 마련인데, 이날은 달랐다.

‘키맨’은 백 실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 시점에선 DTI 규제 완화 논의 자체에 문제가 있다. 친서민 기조와 맞지 않다”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DTI 완화를 세게 주장한 정 장관과, 강하게 반대했던 진 위원장,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은 윤 장관 사이의 시소게임을 백 실장이 정리한 셈이다. 그 결과 신임 참모진 취임 이후 열린 첫 비상경제대책회의 안건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가 빠지는 대신에 대통령의 미소금융 현장 방문으로 바뀌었다.

백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 중의 복심이다. 시정개발연구원장 출신으로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권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다. 주변에선 “정권 끝까지 함께할 사람” “마지막 대통령실장은 백용호”란 얘기가 나온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임 실장은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을 거쳐 18대 국회 첫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시장주의자다. ‘반시장주의와 집단주의, 획일적 평등주의’를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데 건너야 할 ‘늪 세 가지’로 표현할 정도다. 본지와 정치학회가 2008년 공동 조사한 18대 국회의원 이념조사에서 그는 이 대통령보다 더 오른쪽(보수)에 있었다.

그러나 정책위의장 시절에는 유류세 환급,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 ‘친서민’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유연하다’는 평가와 ‘갈대’라는 비판이 엇갈리는 이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은 정운찬 총리의 작품이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7월부터 사전작업을 시작해왔다. 정 총리가 20일 중소기업 대표들과 막걸리 간담회를 하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표면화됐다. 세종시 문제를 끝낸 그가 경제 행보를 강화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인 한나라당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친서민 정책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당정협의는 없었다.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개별적인 목소리만 나오는 정도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서민 중심은 당·정·청이 공유하는 가치”라며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서민 행보를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 사진 혹은 이름을 클릭하시면 상세 프로필을 보실 수 있습니다.[상세정보 유료]
※ 인물의 등장순서는 조인스닷컴 인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순서와 동일합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통령실 실장(제3대)

1956년

[現] 대통령실 정책실 실장

1956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