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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 인프라 투자 더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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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부천지역은 제조업이 주류이며 특히 자동차부품.기계.광학 등 성장업종에서의 중소기업이 90%를 넘어서고 있다. 부천지역 중소기업 실태조사(2003년 10월)에 따르면, 애로 요인 중 가장 큰 것으로 인력 부족을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밀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직 부족이 15%로서 이 부분은 외국인 근로로 대체될 수 없는 부분이다. 인문계 고졸 비진학자와 고등학교 중퇴 이하 청년층은 직업훈련을 받기를 원하고 있고, 직업훈련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취업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50%를 넘고 있다. 이와 같은 기능직 인력 부족과 직업훈련 요구는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편 지난해 10월 청년층 실태에 대해 졸업예정자와 기졸업자로 나누어 전국조사를 해 보았을 때, 30~1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무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는 졸업예정자 조사에서 23%, 졸업자 조사에서 32%가 나오고 4년제 대졸예정자 20%, 대졸자 30%가 중소기업에 취업을 원하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잘 안 될 경우 30인 미만 중소기업 생산직에라도 취업하겠다는 응답자가 졸업예정자 37%, 졸업자 27%로 나온다.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구직하려 하고 있으나 취업정보가 산재해 있어 취업정보를 구하기 힘들거나 취업정보를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른다는 응답이 구직 애로의 주류를 이룬다. 또한 직업훈련을 받고 싶으나 직업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51%이며, 받았더라도 컴퓨터.어학 등 일반소양에 머물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성장산업에서의 중소기업 인력 부족을 청년층 실업 해소와 같이 연결해 해결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핵심은 고용안정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다. 구직상담을 하러 오는 청년층에게 중소기업에 맞는 업종별 직업훈련을 받게 하면 취업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지만 경제 양극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진행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강력한 고용보호와 높은 수준의 근로기준이 적용되는 대기업 정규직과, 그러한 상황에 있지 않은 임시 일용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근로자와 청년층을 포함한 취업 애로 계층이 확연히 대비되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호 수준을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27개 OECD 회원국 중 11번째로 높고 정규직만 고려하면 포르투갈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비해 노동부 임금구조 조사에 따르면 500명 이상 대기업 대비 10~29명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1987년 87.4%, 97년 72.3%, 2003년 61.2%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한편 임시 일용 및 비정규직이 50%를 상회하고 있고, 청년실업은 2003년 3분기 현재 35만명(실업률 7.2%)으로 나타났다. 또 구직준비 중이라는 계층을 포함할 경우 청년 취업 애로 계층은 66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국민 중위소득 수준의 40%에 못 미치는 빈곤계층은 2003년 6.34%로서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귀하는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선진국 경험을 보더라도 일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투자는 고용안정 인프라 구축이다. 고용안정 인프라 구축이란 국가 차원에서 취업 애로 계층에 일자리 정보와 직업훈련 및 진로상담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일자리 부족과 청년을 포함한 취업 애로 계층에 일자리를 연결시킴으로써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 기반인 것이다. 덴마크와 아일랜드 등에서의 최근 경제성장은 이와 같은 고용안정 인프라 투자 효과에 기인한 바 크다. 아일랜드는 공공고용안정센터를 통한 지역협의체 활성화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부터 10년 만에 '떠오르는 별'로 이코노미스트지 표지를 바꾸는 탈바꿈에 성공하였다. 우리나라 고용안정 인프라 예산의 일인당 국민소득(GDP) 대비 비율은 0.31%로서 OECD평균 0.82%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또 공공고용안정기관 직원 1인당 경제활동인구 수는 독일의 20배로 열악하다.

현 시점에서의 국정 우선순위 과제는 일자리 창출, 경제 양극화 해소, 청년실업 해결, 중견기업 육성, 지역 활성화라 할 수 있다. 이들 모든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고용안정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상당부분 해결 가능하다. 대기업의 고용 유연성 제고를 위한 제도화도 중요하지만, 취약 계층에 대한 고용안정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만 양극화 해소가 가능하고 일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갈 수 있다.

정인수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