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라 세상,3㎝ 窓<창>속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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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0면

"딩동~딩동", "수원-부산 관전 포인트. 중하위권팀의 격돌이지만 라이벌전이다.… 수원은 추락을 거듭하며 강호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고…부산은 득점 1위 우성용(9골)을 믿는다…."

지난 1일 오후 6시12분. 인천공항에서 돌아오는 자동차 안. 주부 이모(33·서울 상계동)씨의 휴대전화가 울리며 이날 열린 축구 K리그 경기 소식을 보내온다. 관전 포인트에 이어 지역별 경기 소식이 속속 전해진다. 지난 6월 월드컵을 통해 축구에 푹 빠진 이씨가 얼마 전 이동통신회사에 신청한 'CU@K리그'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SK텔레콤에 공급하는 ㈜사이넷의 김상덕(35)기술이사는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두자 동시 접속자수가 1만5천명을 넘어서 밤새 서버를 증설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월드컵 이후 'CU@K리그'로 바꿔 서비스하는데 이용자가 하루 4천~5천명에 이른다"며 즐거워했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3천만명을 넘어서면서 휴대전화로 즐기는 각종 콘텐츠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동통신업체의 무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캐릭터·벨소리·동영상·게임·노래방 등의 서비스가 넘쳐난다. 2000년까지만 해도 1백여건에 불과했던 콘텐츠가 지금은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의 서비스를 합치면 1만건이 넘는다.

이런 수많은 무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바로 김이사와 같은 서비스 개발자들. 이통업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른바 CP업체 개발자는 콘텐츠 개발의 최일선에 서 있는 '휴대전화 뒤의 숨은 실력자'들이다. 모바일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이들이다. 현재 이통업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CP업체는 수백곳을 헤아린다. 그러다 보니 인기 콘텐츠를 내놓기 위한 고민이 적지 않고 경쟁도 치열하다.

◇모바일 세상을 개척한다=무선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인들이 속속 콘텐츠 개발업체에 진입하고 있다. 중소 콘텐츠 업체를 옮겨 다니며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중심이지만,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펼치겠다며 벤처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휴대전화 동영상 관련 서비스업체인 네오엠텔의 정두희(35)박사는 삼성전자에 근무한 바 있으며, 사이넷 김이사는 전자공학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현업에 뛰어들었다. 이모티콘(★)·캐릭터 등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지어소프트 이은정(35)서비스 개발팀장도 대기업 출신이다.

이들이 가장 고심하는 것은 머리 속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 전자복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빅스테크놀러지의 김원형(36)팀장은 "무선 콘텐츠는 라이프 사이클이 수개월에 불과한 것이 많다"며 "수명이 짧은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 싸움도 그만큼 치열하다"고 말했다.

교통정보 콘텐츠를 공급하는 팅크웨어의 이희백(32) 책임연구원은 "아이템 구상은 2년 전에 했는데 본격 서비스는 지난 5월에야 시작했다"며 "도로공사 등에서 영상·차량속도 등을 개인기업에 제공할 수 없다고 반대해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유선 사이트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템을 무선에 응용하기도 한다. 영어 학습 서비스를 개발하는 선웨이브 김선우(30)연구원은 "YBM 등 영어교육 콘텐츠 업체에서 텍스트·음성 녹음을 보내오면 이를 2분~2분30초 길이의 콘텐츠로 만든다"며 "사용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 아바타가 멋지게 성장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노래방 서비스를 개발한 모바일온의 김현수(31)팀장은 "수천곡의 노래 중에서 휴대전화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곡을 고르기 위해 직접 휴대전화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초창기 벤처처럼 개인 생활이 희생되는 경우도 많다. 지어소프트 이팀장은 "밤늦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다섯살, 일곱살난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어머니 덕분에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웨이브 김연구원은 "회사 간이 침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성공하는 무선 콘텐츠의 조건은=콘텐츠 개발자들은 '기술력을 겸비한 기획력'을 제1 요소로 꼽는다. 모바일족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필수적이다. 사이넷 김이사는 "같은 기술로 채팅 서비스를 만들어도 성공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며 "사회 트렌드를 꾸준히 읽으며 사용자의 눈길을 잡을 수 있도록 기능·화면 배열 등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어소프트 이팀장은 "사용자와 만나는 부분인 UI(User Interface)를 쉽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새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번호를 누르는 것이 편한지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 키를 눌러 본다"고 말했다.

네오엠텔의 정박사는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을 구현하는 '동영상 압축 전송기술'이 콘텐츠 개발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기술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클릭 아줌마'가 섹션 읽기를 도와드려요

안녕하세요. 인사드릴게요. 전 '클릭 아줌마'라고 해요. 수요일마다 나오는 클릭섹션의 길라잡이지요. 어려운 용어도 제가 다 풀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음, 무슨 말부터 할까? 요즘 벨보드차트 1위가 뭔지 아세요? '컬러링''필링'등의 인기 캡 통화대기음은 뭘까요? 컬러 화면의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무선 콘텐츠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주엔 휴대전화 속에 펼쳐지는 또 다른 삶, 모바일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헷갈릴 정도로 수많은 휴대전화 요금제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야 경제적인지도 알아봤습니다. 한국 정보기술(IT)산업의 주 동력원인 테헤란밸리와 쌍벽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는 대덕밸리 소식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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