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새옹지마' 멀리보고 투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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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물산 주택전시관에서 연 중앙일보조인스랜드의 하반기 부동산 투자설명회에서 한 중년의 주부가 기자를 찾았다. 남편 직장관계로 한동안 외국에서 살다가 최근 귀국해 보니 집값이 너무 올라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고 울먹였다. 5년 전 기자의 부동산투자 특강을 들었다는 이 주부는 당시 "'재건축 아파트에 돈을 묻어둬라'는 조언대로 했다면 지금 큰 부자가 됐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요즘 아파트 때문에 팔자 고친 사람이 참 많다. 강남 도곡·대치동의 10평형대 헌 아파트 값이 최고 10억원대에 육박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재건축 얘기가 나오지 않을 때 저층 아파트 주민들은 고층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했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물론 강남·서초·송파 일대의 일반 아파트도 엄청 올랐지만 재건축 대상 저층 아파트와는 비교가 안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적 빈곤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일만은 아닐 성 싶다. 재건축 아파트가 돈 된다며 한꺼번에 여러 채를 사들인 사람들은 국세청 세무조사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올라 희희낙락하던 기쁨도 잠시뿐 이제는 아파트가 원수처럼 느껴질 게다. 자신의 사업장까지 세무조사를 받게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세금문제가 깨끗하다면 걱정할 게 없지만 어디 이 문제에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세상 일이 새옹지마(塞翁之馬)듯 부동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고사성어를 뒤집어 해석하면 멀리 보고 투자하면 돈 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별 볼일없는 물건인데도 세월이 흐르면서 보석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상품은 초기 투자비도 적어 보석이 됐을 때의 수익률도 엄청 높아진다. 개발이 어려운 자연녹지가 도시지역으로 바뀌어 땅값이 수십배 오르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다 투자하라는 것은 아니다. 토지라면 도시로 개발될 가망이 높은 지역이나 도로가 뚫릴 것 같은 지역이 보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이라면 앞으로 수요가 대량 불어날 수 있는 상품을 꼽을 수 있다.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기반시설이 제대로 안돼있는 개발 초창기 지역 등도 투자 유망지역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들 상품이 꼭 돈된다는 보장은 없다. 여건변화에 따라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고 지역을 잘못 짚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리스크도 따른다.

따라서 이런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도를 유심히 관찰해본다든가, 산업의 흐름을 조명해보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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