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내세요" 구호 손길 밀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태풍 '루사'로 가족과 재산을 잃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에게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강릉, 충북 영동, 경북 김천 등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는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어 땀을 흘리고 있으며 구호품도 답지하고 있다. 국민의 따뜻한 손길이 이재민들의 재활 의지를 북돋우고 상처를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청은 1억9천만원 상당의 생필품, 양수기·트럭 등 장비 53대, 방역차량과 의무대 등 모두 23명을 현지에 파견해 복구가 끝날 때까지 상주시키기로 했다.

강릉시 중앙동에서 사흘째 쓰레기청소와 물퍼내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청 장윤근(50·사회복지과)씨는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도시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폐허는 처음 봤다"며 "위로를 하고 싶어도 주민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에 말조차 걸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에서 내려온 하나은행 본점 직원 50여명은 덤프트럭·크레인 등 중장비 6대와 양수기 5대를 동원,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에서 물퍼내기와 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릉아산병원은 의료진 8명과 X-레이·심전도 검사 등의 장비를 갖춘 의료봉사단 버스 1대를 성덕초등학교에 배치, 5일까지 수재민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실시 중이다.

1996년과 99년 큰 수해를 당한 강원도 철원군과 지역 사회단체들은 3일 강릉시에 방역차량 1대와 직원 4명을 파견하고 4천㎏의 쌀도 보냈다.

대한항공은 3일 수송기 1대를 강릉에 긴급 배정, 생수 7백상자(상자당 1.5ℓ짜리 12병)를 강릉지역 수재민에게 전달했다.

심기섭 강릉시장은 "이같은 온 국민의 성원은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이 다시 일어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쌍용양회는 영월·구미·포항공장에서 모은 쌀·김치 등 생필품 1억원어치를 동해시 삼화·삼흥동 일대 수재민들에게 전달했다.

충북 영동군에서 피해가 가장 컸던 황간면에 있는 부엌가구 제조업체인 ㈜에넥스는 지난 2일 조업을 중단한 채 3백여명의 직원을 황간초등학교 등 수해지에 보내 복구작업을 도왔다. 라면 2천5백상자(시가 3천6백만원 상당)를 구입해 5개 읍·면에 나눠주기도 했다.

먹는 샘물 제조업체인 ㈜창대통상과 ㈜진로는 2ℓ, 1.8ℓ짜리 생수 7천병과 8천4백여병을 영동군 내 단수지역에 공급했다.

충북 보은군은 하수분뇨처리장이 물에 떠내려가 분뇨 처리에 애를 먹고 있는 영동군에서 나오는 하루 30t 가량의 분뇨를 t당 1원씩의 수수료를 받고 처리를 대행해주기로 약속했다.

김동응 부군수는 "80년과 98년 두차례 대홍수 때 전국에서 몰려든 온정이 큰 힘이 됐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이 보은의 뜻에서 이웃 영동을 돕자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군민들의 정성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