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일수 상한선 年 25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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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마련한 주5일 근무제 도입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2년여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사가 합의한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 22일 노사정 협상 최종 결렬 이후 노사가 제기한 요구를 절충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시행시기·주휴제도·연차휴가일수 산정방법 등은 일방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많아 향후 국회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법안 주요내용=그동안 시행시기의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모든 사업장에서의 즉각 전면시행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사업장 규모별로 연차적으로 실시하되 50인 미만 사업장의 시행시기는 상당기간 유예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개정안은 종업원 규모에 따라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도입하되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대통령령으로 별도 시행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20인 미만 사업장의 시행시기를 별도로 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경영계의 주장을 감안해 30인 미만으로 바꿨다.

임금보전 방식에 대해서도 정부는 경영계 요구를 더 많이 수용했다.당초 노동계는 "제도도입 이후에도 종전 임금수준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명문규정을 법 부칙에 넣고, 종전 임금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종전 임금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대원칙만 부칙에 넣고 종전 임금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업장이 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개정안은 절충안을 택했다.

연차휴가 산정방식에 대해서는 "2년 근속에 하루씩 휴가일수를 더해 달라"는 노동계 요구를 수용했다. 경영계는 3년에 하루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연간 연차일수 상한선을 25일로 정해 경영계의 의견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현재 연월차 휴가일수가 25일을 초과하는 근로자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초과분 휴일을 포기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계는 5일제 실시 후 포기해야 할 초과분 휴일을 임금으로 보전해줄 것으로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밖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적용 상한선은 현행 2주일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3개월(하루 12시간, 주52시간)로 확대하고,초과근로시간과 초과근로시간임금 할증률은 각각 3년간 한시적으로 주16시간과 정상임금의 25%를 적용했다.

◇근로시간 변화·인건비 부담=정부안대로 주5일제가 도입될 경우 토요휴무를 포함한 연간 휴일수는 1백38일로 늘어난다. 이는 미국(최장 1백63일)·프랑스(1백45일)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수준이지만 일본의 1백37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정안대로 제도개선 후에도 근로자들의 종전 임금이 유지될 경우 근무일수는 줄어드는 반면 임금은 깎이지 않아 기업의 비용부담이 그만큼 늘게 된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안대로 주5일제를 실시할 경우 기업의 연간 인건비 부담은 2~3%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초과근무 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며 실제로는 10%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주5일제가 도입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현재 연간 3백조원에서 3백60조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국회통과 전망=방용석 노동부 장관은 "주5일제가 국민 대부분이 원하는 중대사안이기 때문에 여야도 법 개정에 동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하지만 여야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법 통과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임채정 정책위의장은 "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노사분규 확산 우려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정부입법을 돕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비해 다수당인 한나라당 심재철 제3정조위원장은 "의약분업 등 정책 주체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 통과는 반드시 실패한 경험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법안이 국회에 넘어오면 국민적 입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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