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하행 18일께나 임시 복구 物流 파행 오래갈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번 태풍은 철도·도로 등 국가 기간교통망을 곳곳에서 망가뜨리면서 전국의 물류체계도 강타했다.

경부선은 김천~대신 간 감천철교 하행선의 교각 유실로 상행선 하나만을 이용, 운행하고 있어 운송력이 40%나 떨어졌다. 영동선은 대부분 구간이 불통돼 아직 열차가 다니지 못하고 있다.

◇철도 마비로 화물 수송 비상=3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물류 수송의 큰 축인 경부선은 김천 감천철교의 단선 운행에다 하행선 임시 복구 작업도 늦어져 평상시 62회였던 화물열차 운행이 35회로 줄었다. 하루 평균 4백50만t의 수출입 화물과 수하물을 실어나르며 서울~부산 간 전체 물동량의 25%를 맡아온 경부선의 수송력이 2백50만t으로 뚝 떨어졌다.

감천철교 하행선의 임시복구 작업은 오는 18일께나 끝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파행운행이 불가피한 상태다. 수도권 화물 중심 기지인 의왕컨테이너기지는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 기지에는 하루 평균 12~15편성의 열차를 운행해 왔다. 1편성은 보통 28량 정도로 한량에 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두개를 싣는다. 그러나 경부선 김천 구간의 단선 운행으로 운행 횟수가 줄고 운송시간도 더 소요돼 지난 2일 이 기지에는 7편성의 열차만 도착했다. 평소의 절반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그나마 부산으로 내려가는 수출 화물은 우선적으로 수송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그러나 당분간 파행운행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시멘트·광석·무연탄 등 원자재를 주로 운송하던 영동선은 하루 30~36회 가량 운행해 왔으나 지난달 31일부터 운행이 멈췄다. 16곳의 철로가 유실되거나 교각이 넘어지는 등 피해가 커 임시 복구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동선은 하루 평균 25만t을 실어날랐다.

◇도로로 몰리는 물동량=철도가 마비되면서 시간을 다투는 화물들이 도로로 몰리고 있다. 철도 화물 운송전문업체인 경인ICD의 경우 선적 기일이 급한 화물은 트럭을 이용하고 있다.

경인ICD는 평소 18~19편성의 열차를 운행하면서 20, 40피트짜리 컨테이너 5백여개를 실어날랐으나 3일에는 절반인 2백50개로 줄었다. 절반 가까이가 도로로 간 것이다.

도로 수송 수요가 크게 늘면서 화물차 확보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건교부와 화물업계에 따르면 전국 30여만대의 화물차량 상당수가 이미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건교부 측은 "경부·호남 등 주요 고속도로에 평소보다 많은 화물차가 몰릴 경우 부분적으로 소통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운임도 꿈틀거리고 있어 20피트짜리 컨테이너의 경우 서울~부산 화물차 운임은 기준요금 44만여원에서 20~30% 정도 오를 기미다. 화주들로서는 이래저래 이중고인 셈이다.

◇고립된 영동지역=강원도 동해·삼척·강릉·정선·태백 등 지역과 경북 김천·상주 등 7개 지역은 현재 철도는 물론 도로마저 상당수 끊어져 택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충북 영동, 충남 공주, 경남 산청, 합천 등 4곳도 배송이 상당시간 지연되고 있다.

건교부와 택배 업계에 따르면 이들 태풍 피해 지역은 평소 택배 이동량이 1만5천~2만건이나 현재는 창고에서 배송하지 못하고 보관 중인 물량이 70~80%에 이르고 있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