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씨 새 작품 '만파식적'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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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고전, 설화와 신화 등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판소리.마당놀이 등 전통연희의 형식으로 형상화해온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65.사진)씨가 신작 '만파식적(萬波息笛)'을 2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다섯달에 걸쳐 극장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문예진흥원이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최고의 연출가를 초대하는 '2005 기획시리즈 BEST'의 첫 예술가로 오씨를 선정한 것.

6일 오씨는 "한반도는 식민지에서 풀려난 직후 이데올로기의 급습을 받아 60년 가까이 분단된 상태다. 그 속에서 일생을 산 사람으로 자연히 그런 조건에 대해 천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50년 아버지가 서른을 막 넘은 나이에 납북됐고, 지난해 초 어머니마저 돌아가셔서 두 분이 영영 만나시지 못하게 됐다. 연극 속에서라도 두 분이 만나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신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연극은 주인공 종수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납북된 아버지의 뼈라도 찾겠다며 백두산 천지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뜻밖에도 만주 송화강 부근에서 중국과 영토 다툼을 벌이는 신라 문무왕.신문왕 부자를 돕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갈라진 두 쪽이 합쳐져야 소리나는 피리 만파식적이 등장하고, 지하철 우산 보관소의 우산이 남아나지 않는 남한의 메마른 현실이 소개된다.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오태석다운 대목들이다.

오씨는 내용이 좀 어려운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며 "내 연극은 관객이 직접 손으로 주물럭거려 만들어 먹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객이 개입할 여지나 틈을 남겨둔다는 얘기다. 그는 또 초연 첫번째 공연 이후 끊임없이 연극을 뜯어고친다는 지적에 대해 "연극은 말하자면 생명체다. 30명이 무대에서 움직이다 보면 자꾸 고쳐야 할 점들이 보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연습기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그런 오류들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6~8개월씩 연습해 완성도 높이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나는 귀가 열린 사람"이라며 "잘못을 지적해 주면 고치는 데는 선수"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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