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루사'한반도강타]' 철도·도로·항공 한때 '올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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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루사'는 항공은 물론 도로·철도 등 국가 기간 교통망에 막대한 타격을 입혀 '교통 대란'을 불러왔다.

특히 지난달 31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한때 철도·도로·항공 등이 사실상 동시에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도 빚어져 국민이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곳곳이 끊긴 철도=전국 주요 철도망이 전면 마비 상태에 빠졌던 것은 1995년 태풍 '제니스' 이후 두번째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15분쯤 영동선 옥계~안인 간 철로 4개 지점에 토사가 쏟아지며 선로가 매몰된 것을 시작으로 밤새 경부선·전라선·경전선 등 8개 노선 33곳이 피해를 봤다.

쏟아진 빗물로 철도 노반이 유실됐는가 하면 주변의 산사태로 흙더미가 노반을 덮쳤고 일부에서는 철도 교각이 무너지기도 했다.

특히 경부선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경북 김천시 황금동 감천 철교의 일부 교각이 넘어져 상·하행선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전라선도 여수역이 침수된 데다 미평~덕양~신풍 간 선로가 매몰돼 순천~여수 간 운행이 끊겼고 영동선도 옥계역~정동진역 철로가 산사태로 매몰됐다.

철도청은 지난달 31일 밤부터 긴급 복구에 나서 1일 오후 대부분 구간의 복구작업을 완료, 열차 운행을 일부 재개했다.

그러나 경부선 감천철교의 경우 붕괴된 교각 중 상행선 일부만 가복구돼 이날 오후2시30분부터 단선으로 운행을 재개했으나 하행선은 가복구에만 7~10일 정도 소요돼 정상운행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지난달 31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철도청 홈페이지에 철도 운행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철도 이용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용객들은 "철도청 문의 전화도 사실상 불통인데 홈페이지마저 정보가 없으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도로도 마비=고속도로·국도 할 것 없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봤다. 경부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11곳과 국도 84곳에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쯤 강릉~임계 간 35번 국도에서는 대형 산사태가 발생, 부근을 지나던 차량 10여대가 흙더미에 매몰됐다. 구조를 위해 투입됐던 구조대도 한때 인근 도로 유실로 고립됐다.

또 오후 7시쯤 경북 김천시 모암면 경부고속도로 김천IC 인근 감천이 범람하고 충북 영동의 송현1교와 황간의 송현2교가 침수돼 김천~비룡 간 상·하행선이 모두 통제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30분쯤에는 경북 영천시 대창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산사태가 발생, 세 시간여 동안 차량 통행이 전면 두절됐다.

강원 영동지역도 집중호우로 인해 강원 영서와 영동 북부지역인 고성·속초·양양을 잇는 진부령·미시령·한계령 등 주요 고갯길의 통행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1일 오후 현재 대부분 고속도로는 응급복구 작업으로 소통에 별 지장이 없으나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88고속도로는 곳곳이 침수돼 통제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늦게부터 통행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강릉~동해 간 동해고속도로는 교량 두 곳이 끊긴 데다 도로가 유실된 곳도 있어 복구에 최소한 사흘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발 묶인 공항=지난달 31일 거의 모든 국내선 항공기가 강풍과 호우 때문에 결항된 데 이어 1일에도 목포·여수·양양 등 일부 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큰 차질을 빚었다. 31일 국내선 중 운항된 비행편은 오전 7시 김포발 대구행 대한항공 1523편과 오전 9시 김포발 광주행 대한항공 1303편 등 아홉편에 그쳤다. 오후 5시 이후에는 예정된 모든 국내선이 취소됐다.

이 때문에 일부 승객들은 열차나 고속버스 등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철도와 도로도 태풍의 영향으로 곳곳이 두절되며 정상운행이 어려워져 낭패를 겪어야 했다.

또 이날 나가사키·미야자키·가고시마 등 일본행과 푸둥·광저우·상하이 등 중국행 일부 국제선도 운항을 하지 못했다.

1일에는 대부분 공항의 비행기 운항이 정상화됐으나 목포·여수·양양공항 등은 태풍의 영향으로 운항에 큰 지장을 받았다. 국제선은 정상운항됐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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