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오션스 트웰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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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주연: 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맷 데이먼 등

장르 : 스릴러

등급 : 12세

홈페이지 : oceans12.warnerbros.com

20자평 : 뷔페가 좋을까, 전문점이 좋을까. 영화도 취향 나름.

'오션스 트웰브'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진모음집 같다. 조지 클루니.브래드 피트.맷 데이먼.줄리아 로버츠(이상 2001년작 '오션스 일레븐' 출연진)에 캐서린 제타 존스와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까지. 영화 서너 편은 거뜬히 만들고도 남을 정도의 스타들이 총집결했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의 파워를 쉽사리 알아챌 수 있다.

▶ 속편 "오션스 트웰브"에 새롭게 합류한 캐서린 제타 존스.

영화에 나온 배우들의 평소 개런티만 합해도 1억5000만달러에 이른다는 후문. 하지만 배우들은 감독 한 명을 믿고 기꺼이 '자원봉사'했다. 몸값이 2000만달러에 이른다는 줄리아 로버츠가 단돈 20달러를 받고 출연했다니, 믿든지 말든지….

사정이 어떻든 배우들의 '헌신' 덕분에 감독은 그 누구도 꿈꿀 수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우리 식으로 치면 안성기.장동건.배용준.설경구에, 이영애.전지현 등을 끌어들인 것.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한 전편 '오션스 일레븐'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들의 화학작용'은 반복되지 않는 모양이다. '오션스 트웰브'는 전편보다 웃음은 늘어났으나, 지능은 떨어지는 편이다. 또 무대를 전편의 라스베이거스에서 네덜란드.프랑스.이탈리아로 확장했고, 넓어진 공간만큼 얘기도 여러 방향으로 뻗치려고 하면서 긴장감.집중도는 이쉽게도 희생하고 말았다.

위안을 삼자면 풍부한 유머다. 예컨대 극중의 줄리아 로버츠는 '스타' 줄리아 로버츠를 흉내 낸다. 일종의 '자학적' 패러디다. 게다가 브루스 윌리스까지 깜짝 출연해 그를 알아보고 졸졸 따라다니니 웃음이 절로 터진다. 지성파 배우 맷 데이먼도 어리바리한 인물로 묘사된다.

사실 '오션스 일레븐'은 잘 빚어진 범죄영화였다. 조지 클루니를 중심으로 모인 일당 11명이 난공불락의 카지노 금고를 터는 과정이 물 샐 틈 없이 치밀했다. 훔친 돈 1억6000만달러를 각기 나눠 갖고 평소 꿈꾸던 생활을 즐기던 그들. 이후 3년이 지나고 각자 주머니가 비어갈 무렵 그들이 털었던 카지노 주인 앤디 가르시아가 '저승사자'처럼 나타난다. 단 2주일의 시한을 두고 훔쳐간 돈에 이자까지 쳐서 갚으라고 요구하는데….

'오션스 트웰브'의 시작은 이렇다. 미국에서 얼굴이 알려진 그들이 '찍은' 곳은 유럽. 하지만 그 곳에도 만만찮은 '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소위 미국파 대 유럽파의 대결. 발상은 좋았으나 영화는 그들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스릴러 특유의 두뇌 게임을 십분 살려내지 못한다. 절묘한 곡예 솜씨로 박물관 레이저 빔을 뚫고 보물을 훔쳐내는 뱅상 카셀과 농익은 몸매와 탁월한 추리력을 겸비한 유로폴 형사로 나오는 캐서린 제타 존스가 최대 '수혜자'인 것 같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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