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전력난 … 이러다 선풍기도 못 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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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예상 밖의 사고도 자꾸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일엔 인천 화력복합발전기에 불이 났다. 그 이틀 전엔 삼랑진 양수발전소에도 불이 났다. 보수를 서두르고 있지만 최대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이르는 다음 달 초까지 가동이 불투명한 상태다. 두 곳의 발전용량은 45만㎾로 정부가 쥐어짜낸 예비전력량의 10%에 이른다. 발전기를 총동원하다 보면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법이다.

반면 전력수요는 꺾일 줄 모른다. 이달 들어서만 최대 수요 기록을 일곱 번이나 갈아치웠다. 물론 정부의 비상대책에는 수요 억제책도 있다. 실내온도를 25~26도 이상으로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사업장에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상 건물은 전국적으로 586개에 불과하다. 과징금도 300만원이 한도다. 한계가 뻔한 조치다.

사정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전력공급 능력을 적절히 늘리지 못한 정부에 1차 책임이 있다. 전기요금을 너무 싸게 유지해 냉난방을 전기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든 것도 정부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간다. 예비전력이 200만㎾ 밑으로 떨어지면 한전은 주택가와 상가부터 전력을 끊는다. 그렇지 않으면 대규모 지역에서 동시에 정전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 다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덜 쓰는 수밖에.

문제는 심리다. 대규모 정전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모두들 안다. 하지만 더위를 참는 건 당장 괴롭고 정전의 불편은 나중 일이라는 생각, 그리고 나만 참는 것 아닌가 하는 불신, 이런 게 절약의 장애물이다. 대규모 정전을 피하는 건 결국 국민의 성숙한 마인드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만큼 사정이 긴박하다.

최현철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