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꾸미는 엄마표 영어캠프

중앙일보

입력


이영미(40·서울 서초구)씨는 방학이면 자녀를 국제마을이나 영어캠프에 보낸다는 주위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망설여진다. 아들 강홍구(서울 반포초 6)군이 아직 캠프 경험이 없고, 혼자서도 영어를 곧잘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는 이번 여름방학엔 집에서 ‘엄마표영어캠프’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1단계 : 캠프 주제 정하기

 영어캠프 참가 목적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가정에서 엄마가 영어캠프를 꾸밀 때도 한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준비하면 된다. 영어실력은 물론 영어에 대한 흥미도 끌어낼 수 있다.

 엄마표 영어캠프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할 일은 캠프 주제 정하기다. YBM영어캠프 고민지 교수부장(수퍼바이저)은 “엄마표 영어캠프를 진행할 때 자녀의 현재 수준, 흥미, 부족한 점 등을 정확히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주제와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캠프 주제를 ‘영어 부족한 점 채우기’로 정했다면 읽기·쓰기·말하기·문법 중 특히 약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활동 중심으로 세부계획을 짠다. 영어에 별로 관심이 없는 아이라면 자녀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주제를 정한다. 창의력·사고력 중심의 주제도 권할만 하다.

2단계 : 캠프장 꾸미기

 일상을 보내는 집이 영어캠프장으로 바뀌려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우선 가정에서 영어를 생활화하기 위해 각 장소와 집기 등에 영어 이름표를 붙인다. 컴퓨터나 TV 등 가전제품이나 휴대폰 등을 영어버전으로 바꾸는 것도 좋다.

 쑥쑥닷컴 영어교육연구소 홍현주 소장은 “미국 교실에는 곳곳에 읽기·쓰기 등의 코너가 마련돼 있다”며 “이와 비슷하게 집안 여기저기에 센터(공부장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아이방은 영어 듣기를 하는 Listening 센터, 거실은 Reading 센터, 식탁에 앉아 교재를 풀도록 부엌에 Worksheet센터, 베란다 공간에 작은 자리를 마련해 단어공부를 하는 Vocabulary 센터를 마련한다. TV나 컴퓨터 위에는 AV센터라고 붙인다. 홍 소장은 “아이와 함께 코너의 명패를 만들어 붙이고 각 센터에서의 활동을 의논하되, 자녀에게 필요한 쪽으로 유도해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3단계 : 세부 계획은 꼼꼼히

 실제 영어캠프에서는 학습 중심의 영어 몰입 교육이 6시간, 액티비티가 2시간 정도 진행된다. 엄마표 영어캠프도 오전은 학습 중심, 오후는 활동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파스타나 피자 등의 조리법을 영어로 내려받아 엄마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도 된다. 고 교수부장은 “실제 캠프장에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부계획을 더 꼼꼼히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 센터의 활동을 연계하는 것도 좋다. 예컨대 Listening 센터에서 오디오로 들은 동화를 Reading 센터에서 읽고, 책에 나온 단어를 Vocabulary 센터에서 공부한다. 타이머를 사용하면 집중력을 올릴 수 있다. 센터에서 활동 시간을 미리 정하고 타이머를 켜놓는다. 한 센터에서 다른 센터로 옮겨 갈 때 5~10분 동안 간식이나 휴식시간을 준다. 홍 소장은 “방학 동안 캠프에서 쓸 교재, 오디오, 책 등의 분량과 시간을 나눠 하루 공부량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4단계 : 콘텐트는 간소하게

 창의력 주제 캠프라면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과제를 준다. 예컨대 신데렐라 이야기의 뒷부분을 써보게 한다. 엄마가 영어를 모르고 아이의 실력도 낮다면, 우리말로 쓴 후 간단한 단어만 영어로 말하게 한다. 모두 아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활동적이면 영어연극이나 게임 등 액티비티 비중을 높인다. 차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에겐 애니메이션이 적합하다. 애니메이션은 비교적 표현이 쉬워 자막을 보지 않고 그림과 배경으로 상황을 추리하도록 이끌 수 있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듣기가 부족하면 받아쓰기 중심으로 구성하고, 독해력이 떨어지면 교재 한 권을 마련해 반복한다. 말하기가 부족하면 생활영어로 역할극을 만들어 본다. 문법이 부족한 학생은 교재를 풀고 답을 스스로 체크해 자기가 모르는 부분을 확인하게 한다.

 고 교수부장은 “엄마 혼자 영어캠프를 진행할 때는 이것저것 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간소하게 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말했다.

5단계 : 주말에는 체험활동으로 실력 확인

 주말에는 다양한 영어 체험활동에 참여해 실력을 확인한다. 영어마을을 찾아가 외국인과 직접 대화하고 영어환경을 체험하게 하면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영어 뮤지컬이나 연극을 관람하거나 대형서점의 외국서적 섹션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영어 강연 등에 참여해도 좋다.

6단계 : 마무리는 나만의 ‘포트폴리오’

 캠프 마지막엔 그동안 배운 것을 정리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고 교수부장은 “캠프를 통해 확장된 사고의 결과를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영어 수준이 낮다면 느낌만 표현해 자료를 남기는 것도 좋다.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엄마도 캠프 진행자로서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따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은 자료가 된다.

[사진설명] 강홍구군이 ‘엄마표 영어캠프’에서 문법을 보충할 수 있도록 YBM영어캠프 고민지 교수부장(왼쪽)이 조언을 해주고 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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