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왜 '서리' 고집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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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장대환(張大煥)전 국무총리 서리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청와대는 또다시 서리 임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총리후보 지명→인사청문회→국회 임명동의를 받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최소 20여일 이상 총리직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당장 경제부총리를 대행으로 임명해 국정의 공백을 메우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지난번 장상(張裳)전 총리서리 임명동의안 부결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국무총리 궐위(闕位)상태로 정부조직법상 부총리를 대행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현행 정부조직법(22조)은 "국무총리가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재정경제부 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때 '사고'란 휴가·해외출장·질병 등 일시적으로 총리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여서 대행체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 법제처도 "총리가 사고가 아닌 상황이니 대행을 임명하는 것은 잘못이며 헌법기관인 총리의 업무를 부총리가 대행하는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서리제의 경우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행인 만큼 서리 임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장상 전 총리서리의 임명동의가 부결된 이후 정부조직법 등을 개편해 위헌 소지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법조계에서는 "총리가 공석이면 대행을 임명하도록 정부조직법에 규정돼 있으니 법 해석을 보다 융통성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다.

총리직을 공석으로 비워두는 것은 국정 공백에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총리 사고의 개념에 사임이나 사망으로 직책을 수행할 수 없는 궐위 상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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