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쇄살인 ⑨ “내 안에 악마가 있다” 열달 새 9명 죽인 정두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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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고급 주택가를 노려 강도 행각을 벌인 정두영(검거 당시 31세)은 그 과정에서 10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9명을 살해했다. 동거녀와 평생 편안히 살기 위해 “10억원을 모으겠다”고 마음 먹은 뒤 부유층에서 돈을 뺏다 마주치는 이들을 모두 살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유층의 가정부들이 2명 희생되고, 철강회사 회장 부부도 목숨을 잃었다. 돈이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자신을 위협하지 못하는 노인들까지 마구잡이로 해쳤다. 그는 범행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내 안에 악마가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2000년 4월 16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연쇄살인 용의자 열달 새 9명 살해]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에 대한 연쇄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서부경찰서는 15일 용의자 정두영 (鄭斗英.31.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 씨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부산.울산에서 발생한 3건의 강도살인 (4명 피살) 사건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물증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鄭씨가 이들 범행의 범인으로 밝혀질 경우 鄭씨는 1986년 자율방범대원을 살해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0명, 최근 10개월 동안만 9명을 살해한 것이다. 鄭씨는 또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3건의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鄭씨의 진술이 자세하고 피해품 종류가 일치한다” 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해까지는 안해도 될 노약자들을 흉기로 10여곳씩 마구잡이로 찔렀고, 유층 집을 대상으로 귀금속을 주로 털은 점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물증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鄭씨는 지난해 6월2일 부산 부민동 孫모 (69.여) 씨 집 가정부 피살강도사건과 같은해 9월15일 부산 동대신동 L빌라 李모 (42.여) 씨 집 가정부 피살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15일 시인했다는 것이다.

鄭씨는 또 같은해 10월2일 울산시 옥동 朴모 (60) 씨 집에서 있었던 朴씨 아내와 아들 살해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진술했다는 것.

경찰은 이에 앞서 최근 한달사이 부산에서 일어난 철강회사 鄭모 (76) 회장집과 주점업주 朴모 (43) 씨 집 강도살인 사건에서 鄭씨가 鄭회장 부부 등 5명을 살해했음을 확인했었다.

경찰은 鄭씨가 주점업주 살인사건 이전에 1천3백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금은방 업주 金모 (37) 씨에게 맡긴데다 애인 朴모씨의 통장에 7천3백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팀은 鄭씨의 여죄도 추궁중이다.
鄭씨는 이에 앞서 1986년 6월 부산시 망미동에서 검문을 받자 자율방범대원을 골목길로 유인, 흉기로 찔러 숨지게해 12년을 복역했었다.

한편 경찰은 15일 철강회사 회장 집에서 빼앗은 귀금속 1백여점을 鄭씨로부터 넘겨받아 처분한 혐의 (장물알선) 로 鄭씨의 형 (37) 과 금은방 업주 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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