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기본을 생각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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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대환 총리 지명자 인준안 부결과 김정길 법무부 장관 해임안 문제로 정치권은 초강경 대치상태다. 한치의 양보를 모르는 정치권이 대선까지 정면 대결을 거듭할 때 나라는 거덜나고 정치는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다.

엊그제 총리 인준안 부결 이후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의 태도에선 국민을 어렵게 알고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로가 '네탓'이라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다. 추천한 총리 후보가 연이어 비토된 데에 누구보다 책임이 큰 청와대의 자세는 납득이 안 간다. 인준안 부결 직후 밝힌 게 '유감'과 '이른 시일 내의 총리서리' 임명이다. 두차례의 총리 인준 거부는 유감 차원이 아닌 심각한 '총리 유고' 사태다. 그런데도 위헌 시비가 있는 '서리'에 재삼 집착하니 이를 오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법에 명시된 총리 대행 대신 법조항에도 없는 '서리'를 고집하면서 되레 "대행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우기고 있다. 총리대행 체제의 원칙과 6개월의 짧은 임기, 과연 누가 인준을 받을 수 있느냐는 현실을 무시하는 막무가내 태도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여야 정치인들을 만나 좋은 인물을 천거받는,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총리 인준안 부결 파동과 뒤얽혀 진행되는 법무부 장관 해임안 처리 다툼도 정국을 더욱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다. 해묵은 병역비리 의혹의 확대재생산을 노린 듯한 민주당 의원의 공작의혹 발언이 있었고 보면,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검찰 책임자 교체 요구와 이를 묵살한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은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단독 강행처리는 현책이 아니다. 물론 다수결 원칙을 무시하는 민주당의 실력저지 기도도 나을 게 없다. 그로 인한 국정 혼란은 모두의 손해일 뿐이다.

한가닥 박관용 국회의장의 원만한 중재노력에 기대를 걸지만, 어려울수록 정도를 걷는 협상과 절충이라는 정치의 기본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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