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괴물 류현진 요즘 취미는 … 홈런 타자 기죽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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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투수’ 류현진이 지난 14일 경기에서 선두 SK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롯데의 경기에서는 9회 초 흥미로운 투타 대결이 펼쳐졌다.

타석엔 타격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에 도전하는 올 시즌 최고 타자 이대호(롯데), 마운드에는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노리는 최고 투수 류현진(한화)이 서 있었다. 한화가 1-0으로 앞선 가운데 2사 1, 3루 실점 위기였다. 여기에서 류현진은 이대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완봉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강타자에게 더욱 강한 ‘괴물’ 투수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홈런 타자에 강하다=올 시즌 류현진은 다승(13승)·평균자책점(1.57)·탈삼진(147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6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가시권에 뒀다. 올해 등판한 19경기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타자들에게 류현진이 더 무서운 이유는 여간해선 장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8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149와3분의1이닝을 소화하면서 홈런을 여덟 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18.7이닝당 한 개꼴로 두 경기를 완투해야 홈런 하나 정도를 맞는다는 뜻이다.

특히 각 팀의 내로라 하는 거포들에게 더욱 강한 면모를 보였다. 홈런 1위(28개)인 이대호는 류현진에게서 14타수 4안타에 홈런과 타점을 하나도 얻어내지 못했다. LG의 주포 조인성(17홈런)은 홈런·타점은 물론 13타수 동안 안타를 하나도 뽑아내지 못했다. KIA 4번 타자 최희섭 역시 류현진 상대 성적이 4타수 무안타다. 두산 쌍포 김동주와 김현수도 류현진에게 각각 3타수 2안타와 4타수 2안타로 비교적 선전했지만 홈런과 타점은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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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빛나는 집중력=홈런 10위 내에 들어 있는 강타자 중 롯데의 가르시아와 홍성흔·강민호 등 세 명만이 류현진으로부터 각각 한 개의 홈런을 뽑아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이들 외에 KIA 나지완·안치홍과 LG 권용관·김태완·이병규(배번 24)에게 홈런 하나씩을 내줬다. 다승 레이스에서 류현진을 뒤쫓는 SK 김광현(12승)과 KIA 양현종(12승)도 올 시즌 홈런을 각각 일곱 개와 네 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상대 중심 타자인 김동주와 최준석(두산)·최형우(삼성)에게 홈런 한 개씩을 맞았다. 양현종은 이대호에게만 두 개의 홈런을 내줬다. 이들 타자는 모두 상대 투수의 단 한 번 실투를 담장너머로 넘길 수 있는 거포다.

류현진은 21일 이대호와 마지막 승부를 마친 뒤 “전력 투구를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류현진은 위기 상황과 강타자들 앞에서 더 힘 있고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한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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