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과 협력 공들이는 SK 손길승 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9면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의 국가발전위원회 쩡페이옌(增培炎)주임·쉬중톈(許中田)인민일보 사장 등의 주요 일정에는 SK 손길승 회장 방문이 들어있었다. 이들만이 아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 VIP들의 일정에는 으레 孫회장 방문일정이 포함된다. 이렇다 보니 최근 1년간 孫회장을 방문한 중국 귀빈들은 3백여명이 넘는다. 그런가 하면 孫회장도 거의 매달 중국을 방문, 강연회나 모임에 나가 중국인들을 상대로 자본주의 경영을 강연 한다. 지난 1월에는 중국 고위간부를 양성·재교육하는 당교(黨校)에도 초청받는 등 올해만 20여건의 강의를 했다.

孫회장은 이렇게 발품을 팔며 중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단지 중국과 장사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도를 하루빨리 높이는 것이 한국과 중국·일본 시장을 하나로 묶는 동북아 경제협력체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된다는 신념때문이다.

'동북아 경제협력론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孫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를 위해 중국은 물론 일본 경제인들을 만나며 부지런히 동북아 시장단일화 문제를 설파한 끝에 지금은 상당히 양국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동북아 경제협력을 주장하는 이유는.

"세 나라의 시장을 하나로 만든 넓은 시장을 배경으로 동북아지역은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된다. 또 세계경제사의 흐름을 보면 대답은 자명하다.현재 세계에선 전세계시장의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특정 지역끼리만 자유무역을 하고 이 안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를 차별하는 블록화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미국은 이미 강대한 양대 블록을 형성했다. 이들 양대 블록에 맞서 아시아블록을 형성하며 삼극체제로 가는 것은 세계경제의 균형발전에도 큰 의미가 있다."

-삼국은 국민감정 등 미묘한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데.

"어려움은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간의 감정의 골은 매우 깊다.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이 먼저 중국·일본과 각각 관계를 설정하고 삼자를 엮어내는 역할을 해야한다. 일본은 우선 한국과 관계설정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중국은 시장을 한꺼번에 확 키워줄 수 있는 중요한 나라라는 점에서 결국은 세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도 중국은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버거운 상대다. 이들을 우리 경제권 안에 포함시킨다는 건 위험부담이 크지 않을까.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급부상 문제와 북한문제를 풀지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중국은 큰 나라이고 큰 시장이다. 우리가 중국을 경계하고 담을 쌓는다면 이 큰 시장이 곧바로 블랙홀로 우리를 집어삼킬 수 있다. 블랙홀에 빠지지 않으려면 담장을 중국을 모두 싸안는 범위로 넓혀 하나의 경제권에 포함해야 한다. 동북아가 협력하게 되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북한문제는 자동으로 풀린다."

-엄청난 물량공세로 세계시장에 파상공세를 벌이는 중국과 우리가 연대하면 우리 시장 지키기도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가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우리가 얻는 것은 15억 인구가 모여사는 시장이다. 한 예로 통신 등 주요상품의 세계 표준을 유럽·미국이 이끌고 있는데 이런 시장규모라면 세계에 아시아 표준을 내놓고 경쟁할 수 있다. 또 통신·전자부문은 한국의 기술력이 높다는 점에서 이 산업분야의 주도권을 갖게 될 때 기존의 4천만명의 시장에 비해 30배가 훨씬 넘는 큰 시장에서 얻는 이익을 생각해보라. 또 삼국의 중복투자로 인한 과잉생산이 줄고, 한국이 기술적으로 앞선 부분은 계속 앞서 나가도록 집중 투자하면서 효율적인 투자관리가 가능해진다."

-삼국간 국민소득차·무역역조 문제도 동북아 협력의 걸림돌이다.

"경제협력을 하려면 잘사는 지역이 못사는 지역을 지원하는 건 필수다. 이는 당장은 비용이지만 지역경제력을 높이면 곧바로 경제 활성화 시장으로 바뀐다. 또 무역흑자분을 기금으로 만들어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아시아통화기금(AMF)을 운영하면서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불안 상황에 대처하는 방안도 있다."

양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