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사용 기숙사 생활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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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3일 취임하는 한국외국어대 안병만(安秉萬·61·행정학)총장은 이 대학의 총장직을 두번째 맡는다. 1994~98년 5대 총장을 지낸 뒤 평교수로 있다가 지난 5월 7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교수·학생·직원들이 뽑는 직선(直選) 총장인 그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외대 개혁'을 부르짖었다. 외국어 전문대학으로서의 특성을 되살리기 위해 영어단과대를 설립하겠다는 등의 구상도 밝혔다.

<본지 8월 22일자 1면 보도>

安총장에게서 국제화 시대에 한국외국어대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들어봤다.

-외대 개혁을 주장했는데.

"외국어 하면 한국외국어대를 연상할 정도로 우리 대학을 특성화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 문어발식 대학 운영으로는 더 이상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없다. 대학도 기업 이상으로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특성화 정책만이 살길이다. 외국어 하면 외대를 알아주던 때가 있었으나 어느새 우리 스스로 그 특성을 저버린 것 같다. 이런 절박함에서 변화를 추진하게 됐다."

-영어단과대는 어떻게 만드나.

"서양어대에 속해 있는 영어학부를 확대 개편해 영어학과·영미문학과·통번역학과· 영미 지역학과 등 4~5개 학과를 신설하겠다."

-신입생들의 외국어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하겠다고 했는데.

"내년 하반기께 용인 캠퍼스에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촌을 건립하겠다. 이르면 2004학년도부터 신입생 전원이 의무적으로 1년간 기숙사에 입주해 외국어만 사용하면서 지내게 할 계획이다. 1백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교수들을 사감으로 활용하겠다. 1학년 때 생활외국어를 완벽하게 익힌 뒤 전공과정에 들어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신설할 어학 분야의 학과는.

"아프가니스탄어·우즈베키스탄어·카자흐스탄어 등이 포함된 중앙아시아어학과, 몽골어·미얀마어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어학과, 그리스어·불가리아어·알바니아어 등이 포함된 발칸 및 슬라브어학과 등을 개설한다. 프랑스의 동양어대학 이날코(INALCO)를 모델로 삼았다. 세계 외국어대학의 원조격인 이 대학에선 1백여개의 외국어를 가르친다."

-특수어학과를 늘리는 이유는.

"87년 체코어과 등 3개 어학과가 생긴 뒤 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국제환경이 급격히 바뀐 만큼 새로운 어학 수요가 있다고 본다."

-증원과 학과 신설은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한데.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 사업인 만큼 정부가 꼭 지원해 줬으면 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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