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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콩]식탁에 부는 '녹색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중국인들의 식도락(食道樂)은 유명하다.

맛있고 몸에 좋다면 천금(千金)을 아끼지 않는다. 오죽하면 "육지에선 책상, 바다에선 잠수함, 하늘에선 비행기 빼곤 다 먹는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을까.

중국 각지의 일류 음식이 몰려 있는 홍콩, 그곳 홍콩인들의 '음식 사랑'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휴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아침부터 외식을 찾는 사람들로 식당마다 북적댄다.

요즘 홍콩의 음식 코드는 '그린'이다.'녹색''건강''다이어트'란 말이 안들어가면 고객들을 붙들어두기 어렵게 됐다. 전세계적인 '다이어트, 건강식품 열풍'의 영향이다.

지난 19일 홍콩에서 폐막된 '2002 식품박람회(푸드 엑스포)'는 '그린'이라는 새 음식 트렌드가 확실하게 자리잡았음을 보여준 행사였다.

입장료로 20홍콩달러(약 3천원)를 받았지만 4천여평의 전시장은 전시기간인 닷새동안 온종일 발 디딜 틈도 없었다.3백여개의 참가업체들은 무료 또는 반값만 받으면서 고객들의 입맛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강자'는 역시 '그린'이었다.

중국 업체인 '페이리(培力) 건강식품'은 영지버섯 등 스무가지 버섯을 넣어 만든 '심전일통(心全一通)'이란 신상품을 선보였다.'심장병·고혈압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 상품의 판매 포인트다. 바로 옆의 차(茶)·음료수 코너는 '다이어트(減肥)''지방을 없애주고 혈압을 낮춘다(消脂減壓)'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손님들을 끌어모았다.

이번 박람회의 최대 스타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내 유기농 생산공장의 연합체인 '녹색식품원'이다. 이 업체는 콩·우유·야채 등 유기 농산물을 앞세워 '건강 염려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홍콩인들을 사로잡았다. 이 업체가 이번 박람회에서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현장 판매액 1백30만홍콩달러(약 2억원)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들은 무려 48억홍콩달러(약 7천6백억원)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한국 식품업체들도 '그린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했다. 우리 식품 코너는 어디나 시장통이었다. 월드컵 4강 신화 덕분일까.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이었다. 경기도 용인의 상촌(上村) 전통식품의 권기옥 할머니는 "고추장·된장·장아찌를 다섯박스나 가져왔는데 이틀 만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김·홍삼·김치가 인기였다. 김을 산 카르멘(20·여)은 "한국 축구팀의 강한 체력이 인상적이었는데, 축구팀이 김을 잘 먹는다는 기사가 생각나 샀다"고 말했다.'강한 한국'의 이미지가 '한국식품은 건강식품'으로 이어진 셈이다.

우리 업체가 계란 노른자에서 레시틴을 추출해 만든 '난유(卵油)'나 쌀에다 동충하초 균사체를 배양시킨 '동충하초 버섯쌀'은 홍콩의 유통업체 20여곳에서 관심을 보였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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