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가능성 대덕에서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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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대덕밸리를 알고부터 한국 영화가 재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오세암''학생부군신위'등 중량감있는 영화를 만들어 온 박철수 감독(54)이 요즘 영화에 IT를 접목하는 데 푹 빠졌다.

박감독은 주인을 찾지 못해 ETRI 등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잠들어 있는 첨단 기술들을 영상에 적용하는 방안을 찾는 데 여념이 없다. 국내 영화산업의 메카라는 충무로와 대덕밸리의 기술을 엮는 메신저 역할까지 맡고 있다.

"우리가 해외에서 비싼 돈을 주고 도입했던 특수 영상기술과 음향기술이 버젓이 우리나라에도 있더군요. 연구결과도 세계적 수준이고요."

박감독은 지난달 26일 문을 연 대전영상원의 원장을 맡으면서 아예 대전에 눌러 앉았다. 영화사 여섯곳과 동료 영화감독 서너명도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국내 최초의 영화투자조합을 만드는 한편 대전영상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열심이다. 첨단영상산업단지로 지정(대전)된 좋은 입지에다 대덕밸리의 기술, 의욕있는 학생들까지 있으니 의욕이 절로 난다고 했다.

박감독은 "이제 우리나라도 할리우드 식의 실감나는 디지털 영화를 못만들 이유가 없다"며 "현재 ETRI에 있는 특수기술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작품 서너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IT가 국산 영화에 사용된 적이 있긴 했다. 1990년대 초 '구미호'에 ETRI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적용된 예다. 하지만 크게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박감독은 "당시는 시장성이 없었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끝났다"며 "하지만 이제는 한국형 디지털 영화를 만들더라도 성공 확률이 아주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구소들이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것을 인식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IT 전문가들이 작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절한 투자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덕=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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