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선생님'원색 도감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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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학생들이 '나비 선생님'이라고 불러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원색 한국 나비도감』을 최근 펴낸 서울 남강고 과학교사 김용식(金容植·58)씨. 그는 "나비와 함께 한 30년의 땀을 생물도감에 담은 셈"이라고 말했다.

金씨는 교단에 선 1971년부터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나비를 채집했다. 매주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시외버스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 잠을 자고 나비를 찾아나섰던 것이다. 그는 80여마리 들어가는 규격상자 1백여개 분량의 나비 표본을 모았다.

"도감을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갔으나 처음엔 못 믿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전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채집한 표본과 사진을 보여주고 이 책의 차별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결국 편집자가 출판을 해주더군요."

그는 종류가 같더라도 지역·위도에 따라 나비의 생김새가 달라진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도감을 만들었다고 했다. 도감에는 호랑나비·제비나비같이 익숙한 것에서부터 도시처녀나비 같은 생소한 것까지 모두 1백99종이 담겨 있다.

金씨는 "한몸에 수컷과 암컷의 형질을 함께 갖고 있는 큰주홍부전나비의 자웅형(雌雄型)이나 산호랑나비와 제비나비의 종간잡종(種間雜種)을 잡았을 때의 기쁨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비 생태탐구' 특활반에서 활동한 뒤 졸업해 대학 강사·연구원 등으로 일하고 있는 제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문 장비가 필요한 접근촬영이나 컴퓨터 작업 등에는 특히 이들의 도움이 컸다. 특활반 1기 졸업생 등이 만든 나비 연구모임 '나비공간'은 일산 꽃박람회 때 수천마리를 날려보내는 행사를 기획했다.

교사가 즐거운 마음으로 뭔가에 매진하면 학생들도 흥미를 갖고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게 金씨의 철학이다. 그는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특별활동을 살리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며 "젊은 선생님들이 전문 분야를 만드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고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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